사회
[현장에서] 경찰서장 황금 계급장 훔친 절도사건의 전말
입력 2021-01-20 17:58  | 수정 2021-01-20 18:01

◆현금 1천300만 원과 황금 계급장 훔친 절도범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 절도범 A 씨가 침입했습니다.

절도범이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몰래 들어간 곳은 하필 부산 해운대경찰서장의 관사였습니다.

누구 집인지도 모른 채 집 안을 구석구석 뒤진 절도범은 두툼한 현금 봉투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현금 1천3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 태극무궁화 3개가 번쩍이는 '치안정감' 순금 계급장 등을 찾아내 훔쳐 달아났습니다.


현직 경찰서장의 관사를 턴 절도범 A 씨는 또 다른 절도 사건에 연루돼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아닌 부산 금정경찰서에서 쫓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도범이 붙잡혔고, 현직 경찰서장의 관사를 턴 사실도 드러나게 됩니다.

◆"현금 1천300만 원은 친척 축하금"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졌습니다.

현직 경찰서장의 관사가 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두꺼비 등 금붙이까지 훔쳐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습니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자 당시 경찰서장은 "서장으로 발령받으며, 친척으로부터 축하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돈의 출처를 밝혔습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장은 경무관(태극무궁화 1개)인데, 절도범이 훔친 계급장은 치안정감(태극무궁화 3개) 계급장이었습니다.

경무관이 왜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운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심쩍은 수사와 경찰의 수사 종결권

경찰서장의 해명에도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경찰청은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청은 당시 경찰서장과 사건을 처리한 과장·팀장급 경찰관 등 3명을 입건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orea Integrated Criminal System, KICS)에 신고자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데, 피해자인 해운대경찰서장이 아닌 가족의 이름이 시스템에 입력돼 있었습니다.

또 현금 1천300만 원과 황금 계급장이 도난당했지만, 피해품 역시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은 직원들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고, 이를 방조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측은 "공개수사 후 사건을 송치했으며 사건 축소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직속상관과 관련한 민감한 사건이다 보니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어 "계급 중심의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하는 경찰 조직의 특성상 하급 직원이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다"며 내부 사정을 전했습니다.

현금 1천300만 원과 황금 계급장이 사라진 현직 경찰서장의 관사 절도사건을 들여다보며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합니다.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을 쉬쉬해버리면 이 정도 일쯤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경찰서장 관사 절도사건에 대한 세간의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MBN 뉴스 안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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