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증오와 보복의 쳇바퀴 '관타나모'
입력 2009-07-05 21:19  | 수정 2009-07-06 08:15
【 앵커멘트 】
조만간 폐쇄될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아직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카메라에 담은 수용소 안의 모습을 오대영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
이 영국인은 관타나모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 인터뷰 : 모잠 베그 / 2003~2005년 수용
- "누가 저를 알 카에다의 최고위층으로 지목했습니다. 제가 위험한 인물이고 최악 중 최악이라고 했어요."

알 카에다에 자금을 댔다는 혐의였지만 증거가 없어 3년 만에 풀려났습니다.

부시 정권은 이렇게 체포된 사람을 일반인도 군인도 아닌 '불법 투사'로 낙인 찍었습니다.

9.11테러 직후 미국은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테러범 수용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200명 넘게 갇혀 있는데 쉽게 풀려나지 못합니다.


▶ 인터뷰 : 도널드 울포크 / 전 미 육군 정보 보안사 부사령관
- "위험한 인물이 석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석방한 520명 중에서 18명은 다시 테러에 가담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수용소 안은 늘 시끄럽습니다.

자살이라도 할까 3분마다 방을 살핍니다.

▶ 현장음 : "깨어 있어요! 깨어 있어요!"

갑자기 한 수감자가 수건으로 창문을 가립니다.

다급해진 간수들이 달려갑니다.

▶ 현장음 : "수건 치워! 무슨 일이야?"

▶ 인터뷰 : 제인 스미스 중사 / 간수
- "간수가 손을 넣었는데, 수감자가 간수의 손을 잡아챘어요."

알아듣지 못하는 아랍어를 일부러 씁니다.

▶ 인터뷰 : 모잠 베그 / 2003~2005년 수용
- "누가 한 수 위인지 겨루는 신경전이죠."

▶ 현장음 : "흑인 친구가 왔군!"

2006년엔 3명이 침대 시트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감시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방이었습니다.

▶ 인터뷰 : 오메르 알마다니 / 2002~2003수용
- "바로 옆 방이었죠. 왜 자살을 하겠습니까?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죠."

간수들은 수감자의 자살이 알 카에다의 지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 팻 맥카시 대위 / 전 관타나모 법무관
- "자살 대상자를 수용소 안에 있는 지하드 지도층이 선택합니다. 그 사람들이 자살할 사람을 정해요."

취재진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 현장음 :
"간수 : 아무 일 없었습니까? 물 좀 줄까요?"
"수감자 : 좀 전까지는 신경도 안 쓰더구먼. 갑자기 좋은 사람들이 되셨나?"

부시 전 대통령은 고문을 허용했습니다.

개를 이용할 수도 옷을 벗길 수도 있었고, 물고문도 눈감아줬습니다.

폭력과 고문이 허락되는 무법지대였습니다.

한 수감자가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식사를 거부하고 몸에 분뇨를 발랐다는 이유로 격리 수용됩니다.

▶ 인터뷰 : 간수
-"손톱 밑에 분뇨를 묻히고 있다면 그 손톱으로 할퀼 수도 있어요."

2년 동안 2천300끼를 거부한 사람도 있습니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압둘 살람 자이프 / 2002~2005년 수용
-"인권도 전혀 없고 오랫동안 갇혀 있어요. 그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습니다. 이건 사는 것도 아닙니다."

▶ 현장음 : "모하메드는 신의 예언자임을 증언한다. 기도의 열정으로 나오라."

수감자들은 잠자는 것보다 기도하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유일한 안식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마이클 래트너 / 헌법권리 센터 회장
-"우린 이들을 아프간, 파키스탄 등지에서 잡아 관타나모에 가두었습니다. 몇 년 동안 학대한 뒤 조국으로 돌려보냈죠. 이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관타나모를 폐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테러와 싸우더라도 부당한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240명의 수감자는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 인터뷰 : 압둘 살람 자이프 / 2002~2005년 수용
-"전에는 다들 미국이 좋은 나라라고 말했어요. 인권을 위해 일한다고요. 하지만, 이제 미국이 정의롭다고 믿지 않습니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

미국의 외교정책이 새 정부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증오와 보복의 쳇바퀴는 관타나모 울타리 안에서 아직 돌아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오대영입니다.

(화면제공=내셔널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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