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0대, 아파트 `패닉바잉` 서울 넘어 경기로
입력 2020-12-01 17:16  | 수정 2020-12-01 19:19
30대가 서울 외곽을 넘어 인근 수원 용인 성남 등 경기도 핵심지에 위치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지역에서는 40대가 '큰손'이었는데, 올해 들어 30대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심리에서 발동된 30대의 패닉바잉이 서울뿐 아니라 인근 경기도 핵심 지역까지 전이된 것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30대의 성남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510건으로 40대(3309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40대(2957건)가 30대(2642건)를 앞섰는데, 올해는 30대 매수량이 40대를 앞지른 것이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연령대별로 보면 여전히 40대가 강세다. 지난해 40대는 총 4만2185건을 매수해 30대(3만4386건)를 여유 있게 앞섰다. 지난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량(2만691건)이 40대(2만562건)를 근소한 차이로 추월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도 경기도 전체로 봤을 땐 40대가 6만4864건을 매입해 30대(5만7522건)를 7000건 이상 앞지르고 있다. 올해 특이한 점은 경기도 내에서 30대가 40대를 역전한 지역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엔 경기도에서 광명시만 30대가 유일하게 40대를 앞섰는데, 올해는 상반기 큰 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보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용성(수원·용인·성남), 1기 신도시 평촌이 위치한 안양시까지 추가됐다. 경기도 시군 31곳 중 5곳이 30대 강세 지역인 것이다.
지난 8월 수원 영통역 인근 구축 아파트 전용면적 60㎡를 갭 1억원(매매가격 3억원대 초반, 전세가격 2억원대 초반)에 구매한 30대 중반 이장혁 씨(가명)는 "직장(서울 강남)과는 거리가 꽤 되지만 그래도 행정구역이 수원이고 인근에 광역버스도 있어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수원 대장주인 광교가 대폭 상승하는 것을 보면 영통 지역도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평촌역 인근 구축 아파트 전용 50㎡를 올해 초 4억원대 초반에 구매한 30대 신혼부부 김정훈 씨(가명)도 "1기 신도시여서 기반시설이 잘 구축돼 있고 좋은 학군이 있다는 것이 평촌의 장점"이라며 "강남·여의도 출퇴근도 1시간 내로 가능하고, 향후 월곶~판교선이 뚫리면 판교까지도 가까워 평촌을 택했다"고 밝혔다.

입지를 보면 30대들이 주로 아파트를 매매한 곳은 경기도 내에서도 서울 남쪽(경기 남부지역)이다. 강남과 판교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 중심축에 일자리가 몰리면서 30대의 직주근접 수요가 분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30대의 매수 패턴을 보면 올해 상반기 수원, 그리고 하반기엔 용인 기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며 "새 아파트가 아니고 아주 입지가 좋진 않아도 광역교통망 등이 있어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판교에 비해 거의 반값이어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소형 평수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거래를 전용면적으로 판단한 결과, 용인시를 제외한 상위 4개 시·군·구(김포, 파주, 광주, 고양)에서 40대 매수세가 강했다. 이들 지역의 매매 아파트 평균 전용면적은 85㎡(약 34평)로 방 3개, 화장실 2개가 많았다. 아무래도 자녀가 있는 40대들은 주거의 질에 더욱 신경 썼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30대들은 자녀가 없거나, 있어도 1명인 경우가 많아 소형 평수를 더욱 많이 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30대가 몰려들자 이들이 투자한 수용성과 안양·광명이 경기도에서도 올해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들 5개 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 1~10월 기준 13.3%에 달한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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