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발 하라리 "인류는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
입력 2020-10-30 12:28 
유발 하라리가 SBS D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1000년 전엔 불가능했을 놀랄 만한 글로벌 공조를 통해서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44)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30일 SBS D포럼 기조강연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로 전세계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하라리는 '21세기 새로운 스토리'를 주제로 온라인을 통해 강연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이스라엘의 또한 전염병의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 자택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도 문제가 많다. 사회구성원간 신뢰가 무너진다. 시민과 정부사이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말에 출간한 '사피엔스'의 그래픽노블을 집필중이지만 창밖에선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져서 안타깝다"라고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역사학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을 역사에 기록될 큰 위험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예상보다 그의 입장은 낙관적이었다. 그는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것은 다수가 협력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었다. 인류의 모든 성취는 우수한 사람들의 협력의 산물이었다. 1000년 전엔 불가능했을 놀랄 만한 글로벌 공조를 통해서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세기 흑사병으로 당시 유럽인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코로나19는 흑사병보다 훨씬 약한 질병이고, 인류는 14세기보다 훨씬 강하고 통합됐다. 당시 사람들은 바이러스 세균의 존재도 몰랐다. 흑마술을 쓰거나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2주만에 원인을 규명했고 염기서열도 발견했다. 다만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해서 인류는 협력해야 한다."
하라리는 오히려 전세계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음을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없지만 3가지는 가능하다. 핵전쟁, 생태학적 붕괴, 파괴적 기술(인공지능과 생체공학)의 부상이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 세가지 문제는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정부가 핵전쟁이나 생태학적 붕괴로부터 구하려면 미국 일본과 협력해야한다. 인공지능이나 생체공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려고 해도 한국가의 규제만으로 가능하진 않다. 한 나라가 유전자 조작 아기의 출산을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선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라리의 분석에 따르면 펜데믹은 국가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위기의 도화선이다. 그는 "코로나가 위험한 진짜 이유가 여기있다. 그로인해 국가갈등이 초래할수있고 이로인해 핵전쟁, 생태학적 붕괴, 파괴적 기술에 대처하는걸 힘들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라리는 펜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으로는 '정치적 리더십'을 꼽았다. 러시아와 중국, 미국 등 강대국들조차 위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며, 글로벌 협력을 막고있다. 하라리는 이를 '위험한 생각'이라고 일침했다.
"내셔널리즘과 글로벌리즘은 배치되지 않는다. 내셔널리즘의 핵심은 외국인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자국민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외국과 협력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리즘이 범세계적 정부를 세우고 국가의 전통을 포기하고 국경을 열어 무한대의 이민자를 받는다는 게 아니다. 특정한 글로벌 규범을 지키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월드컵이다. 국가간 벌이는 경쟁이자 동시에 글로벌 화합을 기반으로 한다. 전염병의 극복은 물론 축구보다 어렵겠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하라리는 전염병 위기의 극복이 "결론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 앞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며 몇 달 동안 내리는 결정에 있다"라고 단언했다.
유발 하라리가 SBS D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적은 인간 내부의 악이다. 증오와 무지와 탐욕. 극우지도자들은 외국인에게 비난을 퍼붇고, 위기를 돈버는 기회로만 아는 기업도 있다. 어떤 이는 음모론을 믿고 퍼트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위기극복이 어렵고 이후 더 세계는 분열되고, 폭력이 만연하며, 빈곤해질 것이다. 인간으로 우리는 나눔과 지혜로 대처할수 있다. 음모론 대신 과학을 믿고 외국인을 비방하는 대신 협력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대신 갖고 있는걸 나눌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미래에 또 펜데믹이 오더라도, 파괴적 기술이 부상하더라도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을것이다. 위기 이후에 더 좋은 세상이 올것을 기대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유발 하라리에게 "당신은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와 선진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연대와 공조를 강화할 해법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라리가 이에 답하며 국제적 연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로 꼽은 것은 '국제적인 의료계획'이었다. 그는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발생하면 전세계에 유행한다. 한국에서 방역을 제대로 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다. 펜데믹의 피해는 전세계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백신개발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것도 문제다. 국가간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누가 먼저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해를 위해서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러시아의 예처럼, 다른 나라의 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한다. 정부의 이해가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을 위해선 완벽하게 개방된 데이터의 공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하라리는 또 "글로벌한 경제 공조도 필요하다. 많은 나라가 붕괴 직전에 갔다. 한국, 미국 같은 부유한 국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붕괴될 수 있다. 글로벌한 안전망이 없으면 많은 폭력과 전쟁,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훌륭한 정치적 리더가 필요하다. 미국의 행정부가 바뀐다면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다. 현재 미국은 아무 것도 안한 정도가 아니라 평균보다도 더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공조를 방해하기까지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를 밝히면서도 하라리는 장기적으로 낙관론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낙관하는 이유는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 협력중이라는 점에서다. 사람을 단합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동의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써 인류라는 종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안 일어날수도 있다. 우리가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인포데믹'(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의 위기가 코로나 극복을 위협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하라리는 "펜데믹 상황에서 자유 언론은 필수적이다. 자유 언론이 없고 전체주의하에 있을 때는 나쁜 소식을 상부에 전달하려하지 않는다. 이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비화된다. 체르노빌이 그 예다. 자유언론은 인류생존의 필수요소다. 정부가 발표하고 싶지 않은 소식도 전하는 언론이 필요하다"라고 단언했다.
지금 전세계는 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횡행으로 큰 위험에 빠져있다. 하라리는 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실은 복잡하고 어렵다. 가짜뉴스는 단순하고 쉽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진리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펜데믹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판치는 이유는 바이러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과학적 지식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유기생명체도 아니다. 먹지도 않고 자손을 낳지도 않는다. 유전적 코드일 뿐이다. 그런데 숙주로 침투해 인간이 자신의 유전적 코드를 복제하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이것을 그대로 전하고 과학적 진실을 전하는것은 너무나 어렵다. 반면 어떤 악당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고 싶어한다는 음모론은 너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언론인인 힘든 길을 가야한다. 진리를 전해야 한다. 시민들도 과학 교육이 꼭 필요하다. 이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다. 21세기의 정치적 이슈는 과학적 이슈가 많다. 코로나19도 그렇고,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하다. 기후변화도 인공지능도 시민들에게 과학적 사고와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지 않으면 언론인이 가짜뉴스와 싸우기 매우 힘들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위기의 상황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을 질문했다. 하라리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회전반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건 좋지 않은 리더십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이견이 존재한다. 반대정당이 나의 적이라 생각하면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미국의 경우도 리더십의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를 앓고 있다. 미국인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정치 리더들의 말과 행동은 통제할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말은 씨앗과 같고 다른사람에게 심어진다. 리더의 말이 증오와 무지로 가득하면 수백만의 마음에 퍼진다. 그래서 독재적 리더보다는 책임감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빠르고 복잡해진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찬 사회가 됐다. 하라리는 마지막으로 변화의 속도에 소외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솔직히 나 또한 새로운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패닉에 빠진다. 역사의 진보, 기술의 진보는 우리가 막을 수 없다. 겸허함과 자신감, 둘 다 적당히 있어야 한다. 변화에 내가 뒤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걸 받아들이고 수용의 자세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부정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가 인간사회의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온 오랜 시간이 중요하다. 신기술과 기계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인간 기저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큰 능력이다. 인간의 감정은 구석기 시대이후 큰 변화가 없다. 긴인생을 통해 경험하고 축적한 것이 소중하다.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건 소중한 공헌이다. 아직도 여러분은 중요한 존재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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