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감장서 흘린 나무의 눈물…인쇄물 쌓으니 롯데타워보다 79m 높아
입력 2020-10-30 12:12  | 수정 2020-10-30 12:53
홀로 서 있는 나무 <매경DB>

올해 국회 국정감사 기간 피감기관이 국회 제출한 인쇄물을 쌓으면 잠실 롯데월드타워 보다 79m나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많은 종이 자원이 제대로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감 때는 전자자료 제출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23일까지 진행된 국감에서 피감기관이 각 의원실에 제출한 인쇄물 페이지 수는 1269만 3441쪽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께 0.1mm A4용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높이 634m다. 현재 국내 최고층 건물인 123층 규모 롯데월드타워(555m)보다도 높다.
용 의원은 "통상 30년생 원목 한 그루에서 A4용지 1만 장을 만들 수 있다"며 "국정감사를 치르면서 베어낸 나무만 635그루로 국회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가로수 410그루를 다 베어내고도 절반을 더 베어낸 셈"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2.43t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한다. 피감기관 제출 인쇄물을 상임위별로 보면 페이지 수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45만 2767쪽으로 가장 많았다. 행정안전위원회(247만 1084쪽 ),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 66만 4128쪽), 기획재정위원회(152만 1442쪽) 순이었다. 피감기관 1곳당 제출한 페이지 수로 환산해보면 기획재정위가 13만 8313쪽으로 단연 컸다.
국감 피감기관 인쇄물 현황 <자료=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용 의원은 "각 의원실과 국정 감사장에 수많은 종이 인쇄물이 제출되지만 대부분 이용되지 않고 버려져 국정감사가 끝날 즈음이면 의원실 앞에 버려진 책자가 수두룩하다"며 "국정감사에 필요한 답변자료는 이미 내부시스템을 통해 파일로 제출되는 데다 업무보고나 답변자료 역시 국회 웹메일이나 이동저장장치로도 제출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도한 인쇄물 제출은 국회에 대한 피감기관의 의전적 성격이 커 관행으로 인한 자원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동저장장치 등 전자자료 제출을 원칙으로 하는 등 국회사무처가 디지털 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1대 국회 여야 초선의원 50명은 지난 5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제안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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