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배당금 올해는 못올려줘" 코로나에 38년 전통 무너진 `엑슨모빌`
입력 2020-10-29 18:19  | 수정 2020-11-05 19:18

매년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늘려온 미 대형 석유회사 엑슨모빌이 코로나19 타격과 부진한 실적 탓에 38년 만에 배당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주가는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영국 석유회사 BP PLC와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plc),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 ASA)등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올해 초 배당금을 절반이상 삭감한 것과 비교해보면 배당을 유지하기는 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미 석유업체 엑슨모빌이 4분기 배당금을 87센트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주주 배당금을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엑슨모빌은 앞서 올해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도 주주와 약속한 '8% 배당'을 지키기 위해 회사 비용 지출을 30%나 줄였다.
미국 최대의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은 올해 유가 하락과 수요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원유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 39% 폭락했다.로이터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29일 추가 직원 감축 및 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엑슨모빌은 3분기 실적발표도 한다.
현재 엑슨모빌의 연간 배당금은 주당 3.48달러로 주가의 10.6%에 달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올해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리피니티브는 엑슨모빌이 자산 매각 등에도 불구하도 올해 2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이먼드 제임스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 파벨 몰차노프는 로이터에 "미국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안팎으로 거래되더라도, 배당금으로 인해 2021년 말 회사의 잔고는 바닥날 것"이라고 전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제니퍼 롤랜드 애널리스트는 "원유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2021년에는 배당 축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엑슨모빌 주가는 28일 전일 대비 3.8% 하락한 31.57달러로 마감하며 2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년까지 미국 시가총액 1위였던 엑슨모빌의 위상은 점점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8월 말 엑슨모빌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2일에는 뉴욕증시에서 엑슨모빌의 시총이 장중 한때 미국 신재생 에너지 업체 넥스테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밀리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내줬었다. 넥스테라에너지는 태양열·풍력을 주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미국 최대 신재생에너지 업체다.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혀온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올해 대선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넥스테라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주가가 폭등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식 시장도 석유 시대의 종말이 가까워지는 것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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