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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출신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반대…"정책 목적과 반대 결과 초래"
입력 2020-10-29 14:18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9일 온라인을 통해 개회한 `제11회 소비자금융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 [사진 제공 = 대부금융협회]

정부가 이르면 연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민을 위한 선한 명분의 금리 규제 정책이 되레 정책 목적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고금리는 2011년(44%→39%), 2016년 상반기(34.9%→27.9%), 이어 2018년 상반기(27.9%→24%)까지 3차례 거쳐 인하됐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9일 온라인을 통해 개회한 '제11회 소비자금융 온라인 컨퍼런스'에서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인 강태수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참여,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값의 역설을 소개하며, 정부의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선한 의지가 있지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최고금리 인하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18세기 프랑스혁명을 이끈 급진 지도자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혁명 후 생필품 가격이 폭등해 민심이 격동하자 우유 값을 반값으로 낮춰 고시했다. 프랑스 국민을 위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기 아이들이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양껏 마실 수 있게 하려는 뜻이었다. 그는 고시 가격보다 비싸게 우유를 팔면 차익의 두 배를 벌금으로 내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선의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장경제 논리를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가) 가격(법정 최고금리)을 통제하면 (당초 정책 목적과 다르게) 금융소비자도 공급자도 모두 손해를 보고, 결국 사회적으로 경제적 후생도 감소하는 것이 빼도 박도 못하는 진리"라며 "경제학이 제시하는 개념에 대해 (정부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연 24% 수준인 최고금리를 20% 안팎으로 내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야당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이날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연 10% 인하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조치는 약탈적 금리로 인해 어려운 서민 계층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을 제도권 밖 불법사채 시장으로 밀어내는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이 29일 온라인을 통해 열린 `제11회 소비자금융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부금융협회]
금융감독원 출신인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이날 소비자금융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대부업 신규대출은 최고금리 24% 인하 후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대출 잔액은 1조5000억원 급감하는 등 규제 강화로 수익성 악화와 함께 연체율도 상승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대부금융시장과 은행의 소액·일반대출시장, 대표적 2금융권인 저축은행권의 소액대출시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 당위성을 주장할 때 대부업, 은행 등 서로 다른 금융시장에서 금리 동조화(同調化) 현상이 있다는 점을 배경의 하나로 강조해 왔다. 저금리로 은행에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다른 대출시장에도 이같은 현상이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동조화가 나타나는 만큼 대부금융시장도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하지만 최 교수는 금리 동조화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금융시장이 타 금융시장들과 금리 동조화 현상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리가 낮은 은행 등 타 대출시장의 저금리 상황과 연계해 대부금융시장의 최고금리 인하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은 다른 대출시장과 금리 동조화가 항상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대출시장 상황을 들어 최고금리 규제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대부금융시장의 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될 경우 초과수요를 추정한 결과, 약 3조원의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을 524만7000원으로 본다면, 약 60만명의 초과수요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대부업계의 대출 중단이 속출할 경우 대출을 받고자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수요자는 더욱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이런 초과 대출 수요는 불법 사금융 피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금융시장이 건전한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는 추가적인 개입(최고금리 추가 인하 등)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가 작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비자신용법 제정과 관련된 대부업 이슈 고찰'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인하대 한재준 교수는 "소비자신용법안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과다한 채무자 보호 내지 채권기관(대부업체, 매입추심업체 등)의 영업 자율성 제약 등 우려되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도입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소비자신용법은 채무자의 채무조정권을 강화하는 등 채권자보다는 채무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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