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1심서 명예훼손 무죄
입력 2020-10-29 11:35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내용 일부가 허위사실로 판단이 된다"면서도 "제보자인 고소인의 배우자가 제출한 사진과 판결문,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고충 등을 확인하고 게시했다"며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대표는 2018년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게재하는 홈페이지 베드페어런츠를 운영해왔다. 지난 6월 강 대표는 고소인 A씨가 친자녀 2명에 대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며 신상을 게재했고 A씨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강 대표를 고소했다.
당초 강 대표는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승복할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신청했다.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고, 강 대표는 공익을 위해 한 일이라며 무죄 선고를 호소했다. 공판 이후 강 대표는 벌금형이 선고되면 납부하지 않고 구치소 수감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강 대표는 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상 개방의 목적은 배우자를 욕보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양육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대가 도망가면 양육자는 소송밖에 방법이 없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추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신상공개법이 아직 입법되지 않아 고소가 계속 들어올 수 있지만 1명이라도 양육비 도움이 필요하다면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양육비 이행률은 36.6%다. 2019년 한부모 실태조사를 보면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경우가 73.1%에 달한다. 고정적으로 받는 경우는 15%에 불과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가 많은 것은 양육비 지급이 채권-채무 관계로 간주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4개국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해진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 비판이 거세지며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5월 통과됐고 운전면허 정지 등 미지급자에게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 또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14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한부모가정 아동, 청소년이 양질의 돌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명단 공개 등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혐의로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에 섰던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도 1심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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