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다음을 보자" 저비용 항공사들 유증 잇딴 흥행
입력 2020-10-29 09:39 

제주항공에 이어 진에어도 유상증자에 사실상 성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난망한 상황이지만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투자심리는 살아있는 모습이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진에어는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이날부터 이틀간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접수한다.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 등 4곳에서 청약을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6~27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대상 청약을 실시한 결과 91.1%의 청약률을 달성했다. 전체 신주 1500만주 가운데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에서 1367만주를 소화해 나머지 133만주만 실권주 일반 공모에 나왔다. 실권주 청약이 마무리되면 진에어는 1050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진에어의 실권주 일반 공모에 상당한 규모의 시중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유증이 발행가는 7000원으로, 8600원 수준인 현재 주가보다 18.6%나 낮다.
지난 8월 유증을 진행한 제주항공의 실권주 일반 공모에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당시 실권주 120만주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이 모여 79.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이동이 막히자 저비용항공사들은 유례가 없는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지난 상반기 상장 저비용항공사의 합산 적자 규모는 400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1511억원, 진에어 -909억원, 티웨이항공 -704억원, 에어부산 -899억원의 적자가 났다. 백신 출시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 내년 하반기 정도는 돼야 해외여행이 일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이후를 보면서 일찌감치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다.
LCC업계 1, 2위인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유상증자 흥행이 후발주자인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유상증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티웨이항공은 11월에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고, 에어부산은 7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2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상하위 업체들의 유증을 바라보는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인 상황이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후발주자격 LCC는 유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또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공급과잉으로 LCC 업체들이 적자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풀리더라도 상위권 업체 위주의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여파가 지속되면서 모든 항공사들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항공운송시장은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라며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인 업체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항공운송 업체들은 코로나 19 사태의 파고를 넘어 다른 업체들과의 인수·합병에 나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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