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보] 고개 숙인 박근희 CJ 대한통운 대표…택배분류에 4000명 투입
입력 2020-10-22 15:25  | 수정 2020-10-22 16:34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맨 오른쪽)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사과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CJ대한통운이 잇따른 택배 노동자 사망 건에 사과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택배분류를 지원할 인력 4000명을 투입하며 택배기사의 근무시간도 조정하기로 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한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연이은 택배기사님 사망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책임지고 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택배기사와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과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 투입 ▲근무시간 조정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유도 ▲건강검진 지원 ▲분류 자동화 확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 구축 등이 포함된 종합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택배현장에 구축돼 있는 만큼 인력이 추가될 경우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CJ대한통운은 내다봤다. 현재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해 관련 인력을 4000명으로 늘린다. 이 과정에서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추가인력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인력 투입으로 택배기사는 오전 업무 시작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전 7시부터 낮 12시 사이로 업무 개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성인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택배기사가 초과로 일을 하지 않도록 바꿔 나가기로 했다. 초과 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한다. 또한, 일부 택배기사에게 업무 부담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산업재해 예상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벌인 뒤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상반기 이후에는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신규 집배점이 계약할 때나 기존 집배원이 재계약할 때 산재보험 가입을 강하게 권하기로 했다.
이어, 택배기사 대상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한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연 3회 방문상담을 실시한다.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물량을 줄이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작업강도를 줄이기 위해 구조 개선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로 구축해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휠소터는 전국 181곳에 구축돼 전체 물량의 95%를 자동으로 분류한다.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는 현재 35곳의 서브터미널에 있으며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처리 물량 중 소형택배화물이 전체의 90%에 이른다. 따라서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가 확대되면 작업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오는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도 조성한다. 택배기사의 자녀 학자금과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과 복지 증진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와 태개종사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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