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이슈] 칼잡이 윤석열, 권력 간섭에 당당히 맞서라
입력 2020-10-22 09:15  | 수정 2020-10-29 09:36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검을 저격하라"며 윤 총장을 맹비난한 직후라 윤 총장이 이에 맞서 어떤 작심발언을 할 지 주목된다.
전날 추 장관은 A4용지 반쪽 분량의 글에 "국민을 기만한 대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들을 국민이 없다" "총장은 화부터 내지 말고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 등 신랄한 독설을 쏟아냈다.
추 장관은 심지어 자신의 사단으로 불리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국감에서 "(라임사태와 관련해) 수사팀에서 (피의사실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권 정치인에 대한 피의사실도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다"며 윤 총장을 몰아붙였다.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이 대형금융 사기범의 주장에 기댄채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행태가 아니다.
야권에서 추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검찰을 정권 눈치만 보는 비루먹은 강아지로 만들고 있다"며 "국민의 뜻과 떨어진 일을 후안무치하게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열성 지지층을 의식해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추 장관과 여당의 온갖 조롱과 핍박에도 침묵해온 윤 총장의 정면 승부 여부다.
검찰 안팎에선 정의와 공익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일선 검사들의 소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검찰을 흔드는 정권을 향해 제대로 할 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초에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전격 발동하자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4월 총선 압승 이후 다수결의 힘을 과시하는 거대 여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었던 셈이다.
윤 총장의 소신은 특정 정권이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한 권력기관 사유화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의 중립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윤 총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라임·옵티머스 로비의혹과 관련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오로지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자신의 한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권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고 훼방을 놓고 딴죽을 걸더라도 일선 검사들이 한치의 흔들림 없이 엄정히 수사할 수 있도록 외압을 막는 병풍으로 버텨줘야 한다.
정치가 사법을 지배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헌정 초유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정민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공직자의 행동지침 중 하나로 꼽은 것이 불포견발((不抛堅拔)의 자세다.
포기하지 않고 굳세게 나간다는 뜻이다.
공직자가 옳다는 확신이 서면 어떤 권위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강단있게 자신의 입장을 밀고 나가야 한다.
정권의 서슬퍼런 위세에 눌려 검찰 수장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공익의 대변자이자 정의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검찰 조직이 권력의 수족처럼 계속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칼잡이' 윤석열의 바위처럼 굳세고 의연한 모습을 보고 싶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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