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이토 히로부미 친필로 확인…철거 논란 확산
입력 2020-10-21 12:16  | 수정 2020-10-21 14:19
왼쪽 하단부의 정초석 부분 확대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현 화폐박물관)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정초)'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인 것으로 확인됐다. 111년간 한국은행 문턱을 지켜온 머릿돌이 이토의 글씨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철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 3명으로 자문단을 꾸려 지난 20일 현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토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토 친필로 머릿돌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간행물을 새로 제시하며 국민적 관심에 불을 지폈다. 전 의원은 조선은행이 1918년 발간한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란 간행물 사본을 입증 자료로 제시하며 "현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 도서관이 소장 중인 이 책 6쪽에는 '이 건물의 정초석은 이토 공작의 친필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현재의 정초석
이번 현지조사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붓글씨도 참고해 진행됐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머릿돌에 새겨진 '定礎' 글자는 이토가 먹으로 쓴 글씨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볼 때 이토 글씨의 특징을 갖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초석에서는 정초 일자와 이토 히로부미 이름이 지워지고 대신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새겨져 있다. 융희는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다. 일부에선 이를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고 있다.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정초. 이토 히로부미의 붓글씨.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 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행이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은 1907년에 착공해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일제는 이를 통해 경제 침탈을 자행했으며, 광복 후인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이 건물은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사진 = 문화재청]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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