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비고 만두 하나로 1조 매출 올리는 CJ제일제당
입력 2020-10-18 14:12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섀도우 크릭에서 열린 '더CJ컵@섀도우 크릭'(더CJ컵) 현장에선 이색적 볼거리가 펼쳐졌다. 이안 폴터, 리키 파울러,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세계적 스타 골퍼들이 대회 공식 후원 브랜드인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을 활용해 비빔밥 만들기, 만두빚기 등 한식 체험에 나선 것. 단연 인기는 만두 빚기. 리키 파울러와 데니 리, 키건 브래들리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만두 중 하나를 골라 직접 만들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리키파울러와 한국계 뉴질랜드인인 데니리가 서툰 솜씨를 보인 키건 브래들리에게 훈수를 두기도 하며 현장은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PGA투어 선수들의 한식 도전기 영상은 PGA투어와 더CJ컵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전파되며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내수 기업을 넘어 이미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전략의 중심무대는 단연 미국. CJ제일제당의 올 상반기 미국내 매출은 1조7000억원을 넘었다.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CJ푸드(CJ제일제당의 미국 법인)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지난해 인수 완료한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컴퍼니도 성장하면서 미국내 매출은 올해 중 3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화·미국 시장 성공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비비고 만두'다. 전세계적으로 비비고 만두는 올 8월 기준 7100억원을 돌파해 연내 1조원 초과 달성이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단일 식품 1조 매출은 국내 식품 기업 어디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시장에서 25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중국 만두 브랜드 '링링'을 누르고 2016년 1위 브랜드로 올라선 이래 매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 연말까지 4000억 이상 매출은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내 아시안 푸드 열풍 속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현지에선 'Dumpling(만두의 영어식 표현)'이 아닌 한국 발음 그대로 'Mandu로 불리며, 든든한 한끼 건강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비비고 만두의 성공 비결은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며 '비비고 만두' 브랜드와 R&D, 제조기술을 차별화에 집중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미국인 식문화 조사로 제품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Healthy Food)'으로 차별화했다. 돼지고기 대신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닭고기를 사용하고, 한국인과 달리 미국인들 사이에선 선호도가 높은 실란토르(고수)를 넣은 '치킨&실란트로 만두'를 미국시장용으로 별도 개발했다. 국내에선 왕교자 크기로 판매하지만 미국 시장에선 한입 크기로 사이즈도 작게 만들었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 관계자는 "피가 두껍고 만두소가 적은 중국식이 만두의 전부인 줄 알던 미국인들이 얇고 쫄깃한 만두피에 풍부한 만두속, 씹는 맛이 좋은 비비고 만두를 한번 맛보고 나면 대부분 비비고 만두로 '갈아타게'되더라"고 귀뜸했다.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비비고 팝업 레스토랑'(코로나19로 현재는 폐쇄) 운영, 골프대회 더CJ컵 후원, 초대형 콘서트 행사인 KCON과 MAMA 행사장 내 비비고 부스 운영, 유명 쉐프와 푸드 인플루언서 및 SNS 활용, 뉴욕의 세계 3대 요리학교 CIA 요리경연대회 후원 등 트렌드 세터·오피니언 리더와 젊은층을 상대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오며 인지도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올 초 오픈했던 뉴욕 팝업 레스토랑은 점심시간에 최고 인기 메뉴 비비고 만두를 맛보기 위해 긴줄을 늘어선 뉴요커들 모습으로 화제가 됐고, 록펠러 센터내 쟁쟁한 QSR(퀵서비스 레스토랑)들과 경쟁해 점심시간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인기 쉐프인 조지 듀란은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부활절 특별메뉴로 비비고 만두를 소개했고, 유명 푸드 크리에이터 제러미 제이코보위츠는 비비고만두와 닭강정, 잡채 등을 구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비비고 팝업 레스토랑을 방문한 뒤 열렬한 비비고 만두 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미국 시장 성공에 슈완스를 빼놓을 수 없다. 슈완스는 인수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이젠 CJ제일제당 미국사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CJ가 슈완스 인수를 결정한 것은 제품 다변화 외에도 생산·유통 네트워크 확보가 더 큰 이유였는데 이같은 시너지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22개로 대폭 확대됐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공급하는 기반도 마련했다. 기존 입점 매장수를 10배로 늘릴 수있게 된 것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2023년까지 비비고 만두 매출을 2조6000억원까지 늘려 미국 시장 내 아시안 냉동식품 1위 기업, 글로벌 메이저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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