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국, EU와 브렉시트 무역협상 벼랑 끝 전술
입력 2020-10-18 12:0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 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협상은 끝났으며,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없이 완전히 결별할 준비를 마쳤다고 으름장을 놨다.
EU는 영국의 벼랑 끝 전술에도 불구하고 계속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70개 기업들은 존슨 총리에게 EU와의 합의가 영국 일자리 보호에 필수적이라며 합의 재개를 촉구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역협정 협상은 끝났다"면서 "EU는 어제 (EU 정상회의에서) 협상 관련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협상을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EU가 근본적인 변화를 내놓지 않으면 더이상 대화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대변인 브리핑에 앞서 이날 TV로 중계된 성명을 통해 추가 양보 없이는 자유무역협정(FTA) 없이 EU와 완전히 결별할 거라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협상) 개시부터 우정과 자유무역에 기반한 캐나다 스타일의 관계보다 더 복잡한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하지만 EU 정상회의에서 전해진 소식을 보면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입법의 자유와 어업을 계속 통제하기를 원한다"며 "이는 독립 국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연말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종료 시점까지 10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1월 1일 글로벌 자유무역의 간단한 원칙에 기초한 호주 모델과 비슷한 협정을 가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 기업들과 화물 운송업체, 여행객들이 (합의 무산을) 준비할 때"라고 당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EU는 영국의 벼랑 끝 전술에도 협상을 이어갈 의지를 재차 밝혔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존슨 총리의 성명 발표 직후 트위터에 "EU는 합의를 위해 계속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협상에 매달리지는 않을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협상팀은 예정대로 협상을 위해 다음 주 런던에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틀째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우리는 완전히 단합돼 있으며, 합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협상을 계속할 거라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한 준비 작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포스트-브렉시트' 합의는 EU보다 영국이 더 원하고 있다"며 "EU는 계속해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조건은 분명하고 잘 알려져 있다"며 "합의를 원하느냐 아니냐는 이제 영국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U 순환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양보하길 요청한다"면서도 "이는 우리 역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영국 70개 기업들은 17일(현지시간) 존슨 총리의 전날 성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다음주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700만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동차, 항공, 화학, 농업, 의약, 기술,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70개 이상 영국 기업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정치적 움직임이 영국 일자리, 투자를 희생시킬 수 있다" 며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는 게 일자리, 생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은 양측 지도자들이 합의 방법을 찾아낸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영국과 EU는 지난 1월 말 브렉시트에 합의한 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을 설정했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EU 회원국과 같은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양측은 이 기간 양측은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양측이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발생해 영국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영국은 협상 초기부터 EU와의 통상관계는 EU와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과 비슷한 수준을 원한다고 밝혔다. CETA에 따르면 상품 관세는 98% 면제되지만, 서비스 부문은 일부만 협정에 포함됐다. 하지만 EU가 이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자 존슨 총리는 호주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호주 모델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 관계를 갖되, 항공 등 중요한 분야에서는 별도 합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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