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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폭발적 반응 현실인가요?”
입력 2020-10-13 07:00 
이경미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 얼떨떨해 했다. 제공|넷플릭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전작인 비밀은 없다가 흥행에 실패했어요. 성공했다면 시리즈물에 도전하지 않았을 거예요. 다른 영화를 또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맨땅에 헤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영화를)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당한 기분이 들었을 때 다른 플랫폼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넷플릭스에 일찍이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보건교사 안은영의 제안은 반가운 도전이었죠. 손에 쥔 게 없는데 못할 게 무엇이 있겠어요?(웃음)”
정세랑 작가 손에서 탄생한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이경미 감독(47)을 통해서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경미 감독은 여성 히어로물의 성장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 목표를 위한 좋은 재료들이 소설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여자 히어로물의 프리퀄로 1시즌을 나아가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고요. 본인의 운명과 능력을 별로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 비로소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져갈 소명의식을 가져가게 되는 성장드라마로 가져가면 어떨까 하고요.”
정유미, 남주혁이 호흡을 맞춘 `보건교사 안은영`. 제공|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 원작 소설을 집필한 정세랑 작가와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소설이 지닌 기묘한 판타지 세계관, 젤리라는 독특한 욕망의 잔여물, 거대한 사건과 장소가 아닌 일상적인 배경에서 일어나는 안은영의 고군분투를 색다른 비주얼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 다소 호불호가 갈릴 만한 조금은 불친절한 전개로 이 감독만의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완성됐다.
이경미 감독은 열린 결말로 6회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시즌1을 프리퀄 개념으로 작업해 앞으로 시리즈물로 갈 수 있게 열어놓고, 다음 시리즈를 열어놓는 게 미션 중 하나였다”며 원작에 없던 단체 안전한 행복, 일광소독 등을 새로 삽입해 드라마를 장기적으로 이끌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은영이 물리칠 대상이 젤리로만 설정돼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차 히어로가 될 인물에 대한 고민, 그의 성장을 생각할 때 작은 은영에서 큰 은영으로 만들어내는 주변 사람들의 스토리가 필요했다”며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은영이가 받아들이려면, 그를 대변할 수 있는 실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싸워야할 상대를 크게 조직적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전작의 요소들을 조금씩 가미하기도 했단다. 이 감독은 "미쓰 홍당무의 아침 체조와 웃음 체조가 맞닿아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학교에선 별 걸 다하지 않느냐”라며 안전한 행복 등의 설정은 단편 아랫집과 닿아있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닮아 있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안은영 캐릭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로 생각하다 전사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싸울 때 가장 편안한 차림은 롱스커트다. 달리기 편하니까. 은영이의 움직임을 옷이 살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선을 만들고 싶었다. 머리는 단발로 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정세랑 작가와의 협업은 어땠을까. 작가님이 각본을 쓰신 것은 아니다. 작가님이 작업하신 각본과 제가 소설을 보면서 살리고 싶었던 점들을 정리했다”는 이 감독은 내가 가지고 있던 건 옴니버스 구성이었다. 이걸 여성 히어로의 성장물로 가져가자고 제안을 드렸고 줄기에 맞춰서 에피소드를 재구성했다. 젤리들을 좀 더 캐릭터화시켜서 세계를 만들었다. 은영이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시리즈물의 세상이 조금 더 잔인하고 어두워요. 은영이와 학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알록달록 만화 세상임과 동시에 잔인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의 세계죠. 그건 제가 늘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기도 하고요.”
이경미 감독은 전작 `비밀은 없다`의 흥행 실패로 넷플릭스 시리즈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공|넷플릭스
후반부로 갈수록 다수 내용들이 생략돼 불친절하다는 일부 반응에 대해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영상으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한 컷에 정보를 많이 넣는 편”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 드라마 화법에 익숙하신 분들은 정보들을 한번에 캐치하기 어려우실 것 같다. 그 점에서 불친절하다고 느끼실 듯하다”면서 도장깨기 미션 이야기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매회 안은영이 크리처를 물리치고 포상으로 하트비가 내리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저는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그건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래도 다른 포맷으로 새롭게 접근하게 됐으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랐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있어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늘 좋아해주셨지만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경계선을 타왔거든요. 이번엔 좋아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폭발적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주변에서 일단 축하 전화가 많이 오고 있고 자랑스러워 해주시고 계세요.(웃음)”
끝으로 이경미 감독은 나는 조금이라도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정보가 중독되는 것도”라며 사람들이 숨겨놓은 뭔가를 찾아내줄 때 통한다는 느낌을 받고 또 좋아한다. 그래서 컷마다 힌트와 의미를 많이 넣는다. 쉽게 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가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고 넣은 것들이 계속 분석되고 회자가 되면 좋겠다. 작품이 싫어도, 왜 싫은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론 아쉬움도 남죠. 다시 시리즈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더 효율적으로 운영을 해서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지 않을까 욕심이 생겨요. 여러모로 굉장히 재밌는, 의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정유미 남주혁 주연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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