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달 플랫폼과 라이더 상생을 약속하다"…단체교섭권, 공정계약 등 합의
입력 2020-10-06 15:12 
6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최종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이병훈 중앙대 교수, 강규혁 민주노...

배달 라이더들이 더욱 안정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협약이 국내 최초로 체결됐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위원장 :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하 '포럼')'은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협약식을 열고 기업과 배달 라이더 노조 간 자율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공정한 계약, △작업 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배달 라이더의 권익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더불어 포럼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종합보험 등 배달 라이더 안전망에 대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협약 이후 포럼은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해 본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현장 애로사항 등에 관한 노사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협약으로 플랫폼 기업과 배달 라이더 간의 사실상의 '고용자'와 '노동자' 관계가 인정되게 됐다. 기존에 배달 라이더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노사 관계임을 인정했다. 협약에는 배달 라이더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있으며, 기업은 이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6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최종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이병훈 중앙대 교수, 강규혁 민주노...
근무 시간, 작업조건, 보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협약에는 기업은 배달 라이더에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지 않으며, 원하지 않는 업무의 수행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배달 배분이 알고리즘에 맡겨져 불투명하다는 배달 라이더 측의 문제 제기가 일부 반영돼 합의문에는 "배달 라이더에게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하며, 경력·운송수단·지역 등 차이에 따라 업무를 다르게 제시할 경우 관련 기준을 종사자가 알 수 있도록 한다"고 적혔다.
기업은 월급제 등 정규적 고용 필요가 있을 때 기존에 플랫폼을 통해 근무하던 배달 라이더를 우선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기업이 배달 라이더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 및 보호 장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 안전 관리 책임 관련 조항도 명시됐다. 배달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에게 빠른 배달을 압박하거나 배달 라이더의 귀책이 없는 배달 시간 지연을 이유로 제재하지 않으며, 위험한 속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배달 플랫폼 기업과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은 협약 사항을 유지, 실천, 발전시키기 위해 3개월 이내에 상설협의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상설합의기구에서는 갈등 발생 시 협의·조정, 상호 이행 확인, 배달료 기준 및 체계 개선 방안, 배달 서비스 분야 직업훈련 인프라 및 협력 프로그램 구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배달 플랫폼 노사는 배달 서비스업 관련 법률 제정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노동자 안전·권익을 위한 정책 마련, 고용보험·산재보험 확대·개편 등 사회안전망 체계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지금까지 배달 라이더는 노동법이 정한 원칙에서 배제됐다"며 "배달 라이더들이 노동법에 입각해서 어떻게 보호될 것인가 고민을 시작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협약이 플랫폼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배달 라이더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지키는 것이 앞으로 상설합의기구의 과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고려대 노동대학원장)는 "단체 교섭 인정 등 기존 노동과 동일한 형태로 가면 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의 한 형태밖에 되지 않는다"며 "플랫폼의 본질과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직업 활동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게 과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무조건 노동자로 인정해달라', 또는 '무조건적인 자유를 주라'는 양극단의 논의는 위협하다"며 "플랫폼 노동은 프리랜서 시장이라서 단체 교섭을 하더라도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소통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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