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기업 사원도 받은 근로장려금 난 왜 못받지?"
입력 2020-10-06 14:05  | 수정 2020-10-07 14:06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이 저소득층 지원금인 근로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의 모습. [매경DB]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의 일종인 '근로장려금'을 대기업과 공기업 신입사원들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장려금은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또는 사업자(전문직 제외) 가구에 대해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소득이 적은 '근로자' 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됐다. 따라서 일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는 이들은 받지 못하는 근로장려금을 하반기에 취업해 연 소득 2000만원이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이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장려금 가구 기준 [자료 출처 = 국세청]
직장인들이 자주 활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Blind에는 최근 자신을 수협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이가 근로장려금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글이 올라왔다. Blind에 게시글을 작성하려면 개인 이메일이나 재직 중인 회사의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글쓴이는 "개꿀이네 청년수당도 분기마다 받고 (이자율) 6.5% KB행복적금도 가입했다"고 적었다. 이글에는 "작년에 놀고먹다 들어왔어", "몰랐는데 땡큐", "공돈 좋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외에도 자신을 국세청 직원,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들이 근로장려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150만원까지 받았다.
근로장려금 소득 기준 [자료 출처 = 국세청]
근로장려금은 가구 기준과 소득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처럼 요건이 분명한데도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근로장려금 수령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30세 이상으로 제한 뒀던 연령 기준을 없앴고, 단독가구의 소득 상한선을 기존 1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취직해 연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20대 대기업 신입사원도 근로장려금을 받게 된 것.

특히 지급 기준이 완화된 이후 근로장려금 지원이 20대에게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체 수령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2.2%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취업준비생(취준생)과 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ptwg****)은 "실업급여 자격 사각지대에 있는 실직자가 많다"며 "대기업 직원도 받는 지원금이 정작 자녀 키우는 무직 가장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저런 모순을 생각도 못 한 정부한테 문제가 있다(bbab****)", "난 구경도 못 했는데 대기업 직원이...(sand****)", "최저임금 받는 나도 안 주던데(shl2****)" 등 반응이 있었다.
취준생 김 모씨(25)도 "대학을 졸업한 상태라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근로장려금이 절실한데 찾아보니 받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기업 직원들도 받는 혜택을 2년째 구인 중인 내가 받기 어렵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고 호소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최근 일어난 논란을 이해하지만, 근로장려금 지급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라며 "가구 요건만 충족한다면 대기업 사원 등 신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득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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