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겨울옷 수요예측·내년 경영계획 `날씨 빅데이터`가 다 바꿨다
입력 2020-09-28 11:22 
IBM 웨더 시그널(IBM Weather Signals)은 AI를 기반으로 기상 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실적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사진제공=IBM>

"기상정보는 단순한 일기예보가 아닙니다. 날씨로 상품수요를 예측하고, 기업 경영계획까지 바꾸는 '비즈니스 가치 데이터'로 진화하고 있죠. 최근 급격한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얼마나 잦은지 생각해보면,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효용가치도 엄청난 빅데이터입니다."
매일 아침 누구나 접하는 날씨정보가 '돈 되는 데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급격한 기상 변화, 기상 이변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날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19조1000억원 수준이던 세계 기상 산업 시장은 올해 26조7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상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기상 산업 사업체 655곳의 총 매출액은 4814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7년 4077억원 대비 18.1% 증가한 수치다.
◆기상정보가 돈된다…너도나도 활용 나서
기상 데이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한 IBM은 지난 2016년 40년 업력의 기상정보 전문기업 '웨더 컴퍼니'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인수 금액만 2조원에 달했다. IBM 웨더컴퍼니에서 디지털 기상학자로 일하는 케이트 파커 박사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사물 인터넷(IoT)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상 데이터를 더욱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고, 기술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분석된 기상 데이터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부 운영 데이터를 결합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즈니스 수요를 예측하거나 농업 경작 모델을 추천하고, 재난 예방을 위한 보다 정교한 예측 및 대응 모델을 도출하는 등 기상 데이터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도 기상정보를 다양한 산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유통업계다. 롯데홈쇼핑은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장기 수요 예측 모델을 만들었고, GS리테일은 전국 편의점과 수퍼마켓 매장 운영에 기상 정보 활용해 제품 진열 및 재고량을 조절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IBM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갑작스러운 기후 변동에 따른 소비자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보다 장기적인 계절 변화에 따른 소비자 수요 예측을 강화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 홈쇼핑 업체들이 단기 예보 중심의 기상 자료와 MD들의 경험이나 업무 지식에 의존하는 데 반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날씨에 따른 상품별 판매 자료, 방송 효과 측정 자료 등 비즈니스 자료와 IBM 계절 확률 예측(Seasonal Probability Forecast)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 정보 기반의 수요 예측 모델을 구현하기로 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농업 분야에서도 관심이 많다. 기상청은 지자체와 협업해 관광, 농업, 어업 등에 특화한 지역 기상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도권 지역 모기발생지수, 횡성한우·감귤지수 등이 대표적인 기상정보 활용사례다. 기상정보는 전세계 농업산업에 파종, 심기, 농약 살포, 수확 시기 등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기상 예보 혜택을 받지 못했던 아프리카 등까지 확대하며 정보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IBM의 글로벌 고해상 기상 예측 시스템(IBM GRAF: Global High-Resolution Atmospheric Forecasting System)은 고품질 기상 데이터 제공을 위해 향상된 해상도 및 기상 정보 업데이트 간격을 줄여 보다 고품질의 기상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CPU와 GPU 양쪽 모두에 최적화 된 IBM POWER9 슈퍼 컴퓨터를 기반으로 구동...
◆IBM 웨더컴퍼니 기상정보 공급…네이버에도 제공
문제는 변화무쌍한 날씨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할 것인가다. IBM 웨더 컴퍼니는 현재 전 세계 가장 정확한 날씨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데이터, 수퍼컴퓨팅, 수치 모델과 AI의 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그야말로 '빅데이터'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세계날씨도 이 회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IBM은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100여 개의 날씨 모델과 혼합한 후, AI를 활용해 예측의 시작점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이 내용은 IBM 기상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들과 네이버를 통해 날씨를 확인하는 소비자들에게 배포된다.
IBM은 더 정확한 기상 예측을 위해 글로벌 고해상 기상 예측 시스템(IBM GRAF: Global High-Resolution Atmospheric Forecasting System)도 활용중이다. 작년 출시된 IBM GRAF 모델은 전 세계 더 많은 지역에 더 시의적절한 고품질 기상 예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세부적인 기상 조건을 포착하기에는 너무 낮은 약 10Km의 해상도(관측 거리 간격)로 관측되는 정보를 매 6-12시간마다 업데이트 받고 있다. 반면 IBM GRAF는 지역별 가장 정확한 정보를 위해 3km 간격(해상도)의 기상 정보를 매시간 업데이트한다.
회사 관계자는 "IBM은 GRAF 및 기타 기술들을 활용해 전 세계 22억개 지점에 대해 500m(공간해상도) 간격의 기상 정보를 15분 간격(시간해상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GRAF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고성능 컴퓨팅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기상 모델이다. 세분화된 고품질의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IBM 파워9 슈퍼컴퓨터와 고성능 컴퓨팅 및 AI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엔진을 기반으로 GRAF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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