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덕흠 거취 두고 당내 여론 엇갈려…'여론중시' vs '여당 물타기'
입력 2020-09-22 08:40  | 수정 2020-09-29 09:04

국회 국토교통위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거취를 두고 당내 여론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이지만, 중진 의원들은 여당의 노림수에 놀아나 박 의원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은 어제(2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본인 해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당 윤리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역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는 당 혁신이 흔들림 없이 완성되기 위해서라도 박 의원 논란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합니다.


"여당의 죄가 아무리 중해도 우리 흠결을 덮고 갈 수는 없다", "상대방을 공격하려면 우리가 먼저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는 등의 강경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 지도부가 이날 박 의원 관련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박 의원을 조사해 합당한 처분을 하지 않으면 초선 그룹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물밑 여론을 고려한 결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다선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신중론에 기울어있습니다.

박 의원의 불법 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의식해 당 차원의 징계부터 운운하는 것은 도의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여기에는 박 의원에 대한 공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과 김홍걸 윤미향 이상직 의원 등의 논란에 대한 여당의 '물타기' 성격이 짙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건설공사 하는 사람은 정치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다선 의원도 "여당에서 이슈 전환용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며 "박 의원 개인이 억울한 일은 없도록 밸런스(균형)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이 직접 해명한 후에도 초선과 다선의 온도차는 여전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삼가면서도 "정치는 국민의 인식을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중진들 사이에서는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소속 정당도 다른 박 의원을 왜 밀어주겠느냐"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정무위원들은 박 의원의 거취는 대화 주제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애초에 민주당의 일방적 공세"라며 관련 언급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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