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박계의 명품` 무등산 수박 명맥 끊기나
입력 2020-09-05 12:01 
무등산수박생산조합 소속 농민이 일반 수박보다 2~3배 큰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광주 북구청]

'수박계의 명품'인 광주 무등산 수박의 명맥이 끊기 위기에 처했다. 해가 갈수록 농가와 재배면적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생산량도 매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무등산 수박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광주시 북구청은 "지난달 20일 첫 출하한 무등산 수박을 오는 10월말까지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올해 출하되는 양은 1800통 정도다. 최근 무등산 수박 생산량을 보면 2015년 3000톤, 2016·2017년 2800톤, 2018년 2700톤, 2019년 2500톤으로 매년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어 생산량이 2015년 생산량의 60%에 그쳤다.
이처럼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은 재배농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1년 27가구였지만 2015년 13가구, 2016년 12가구, 2017·2018년 11가구, 2019·2020년 9가구로 줄고 있다.
무등산수박생산조합 소속 농민이 일반 수박보다 2~3배 큰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광주 북구청]
무등산수박생산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농가가 고령이어서 농사를 더 이상 짓지 못해 농가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9가구도 대다수 6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배면적도 2017년 4ha 였지만 올해는 3.2ha로 줄었다.
무등산 수박 재배지는 매우 까다롭다. 평지가 아닌 해방 300m 이상의 무등산 기슭의 통기성이 좋은 사질양토의 경사지다. 한번 경작한 땅은 인삼과 같이 3년이 지나 지력이 회복되어야만 다시 재배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농민들은 수확기가 다가오면 재배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은 상가에 가지 아니며 상중에 있는 사람들은 밭에 들어와서도 안된다는 '속설'도 믿고 있을 정도다.
무등산 수박 가격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올해 수확된 수박 가격을 보면 8㎏은 시중 판매가와 비슷한 2만원이다. 그러나 크기가 커질수록 단가는 몇배가 올라간다. 16㎏은 10만원, 20㎏은 1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조합측은 첫 출하된 일부 수박만 백화점에 납품하고 대부분 공동직판장에서 전화주문(062-266-8565)을 통해 판매한다.
일명 '푸랭이'로 불리는 무등산 수박의 기원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된다.
1230~1240년께 고려인 홍다구가 몽고에서 종자를 가져와 개성지방에서 재배하다가 약 350년 전 무등산으로 옮겨와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고 무등산 이외 지역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광주 대표 특산품으로 꼽히고 있다.
무등산 수박은 최대 30㎏이 나갈 정도로 크다. 과피가 두텁고 탄력성이 강해 수송에 용이하고 감칠맛의 느낌이 오래 지속되는 강점이 있다. 특히 성인병 예방과 당뇨에 특효가 있으며 해독작용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등산 수박은 순재래종으로 개량종보다 재배방법이 매우 까다롭다.
병충해에 약해 손이 많이 가고 지름 1m, 깊이 1.2m 이상으로 파내고 심어야 한다.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완숙한 퇴비나 유기질 비료만 사용해야 한다. 재배기간도 개량종 보다 길다.
북구청은 무등산 수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북 농업기술원과 시험포를 운영,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재배과정과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또 중·소과종, 씨 없는 수박 등 품종개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함께 공동직판장을 통한 선별출하, 품질인증 등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판매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배농가에 매년 친환경 농자재, 생산 장려금을 주고 있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특유의 향과 감칠 맛을 갖고 있는 무등산 수박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재배농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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