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0일 0시 되자 술집서 "나가달라"…`마지막 밤` 즐기는 청년들도
입력 2020-08-30 11:19  | 수정 2020-08-30 12:56
28일 저녁 10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유신 기자]

"자정부터 영업 종료합니다. 정리 부탁드립니다"
유흥가가 밀집한 경기도 안양 범계역 인근 술집에서는 30일 자정부터 손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30일부터 시작되면서 영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평상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토요일 저녁임에도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간혹 술집엔 젊은이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빈 자리 없이 북적이던 평시와는 사뭇 달랐다.
30일 0시가 되고 술집들이 일제히 영업을 중단하자 갈 곳 잃은 청년들은 편의점 탁자에 모여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직장인 손 모씨(30)는 "술집 2~3곳을 가봤지만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답해 돌고 돌아 결국 편의점에서 '3차'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28일 금요일의 이태원과 홍대도 한적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지난 5월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이태원 킹클럽을 비롯한 클럽 입구엔 '집합금지명령서'가 부착된 채 문을 굳게 닫은 모습이었다. 평상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한 '헌팅포차'들도 가게 문은 열었지만 대기 줄은 없었다. 몇몇 외국인 무리들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28일 저녁 10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유신 기자]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위치한 음식점은 좌석이 모두 텅 빈 채 점원들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일찌감치 장사를 접고 문을 열지 않은 업체들도 있었다. 한 음식점 가게 주인은 "오늘 하루 종일 영업해 손님이 두 팀밖에 없었다"며 "이태원이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 씨(49)도 자신의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요일이면 이태원에 남아있는 제 마지막 가게가 문을 닫는다"며 "금융위기, 메르스 등 위기란 위기는 다 이겨냈는데 코로나 앞에서는 저 역시 버티기가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런 한산함과는 달리 일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마지막 주말을 즐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29일 저녁 서울 내 한 한강공원에 위치한 바베큐장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SNS 상에서 일명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곳은 예약을 해야만 이용을 할 수 있었다. 간이 천막으로 조성된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
술집, 카페 등에 대한 제한이 이목을 끈 이후 사람들이 한강공원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이유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박 모씨(27)는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감염된 사례가 적다고 알고 있어 한강공원에서 지인들과 모이는 것은 문제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헬스장과 필라테스실 등 실내체육시설도 운영이 당분간 중단되기에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서 주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30)는 "퇴근하고 나서나 주말에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왔는데 당분간 헬스장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운동했다"고 전했다.
[김유신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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