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에겐 꿈이…" 킹목사 연설하던 곳에 몰려든 5만명 "꿈은 못죽여"
입력 2020-08-29 09:46  | 수정 2020-09-05 10:37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1929-1968)의 그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문 일부다. 흑인과 백인이 아무런 차별과 편견없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꾼 이 명연설이 이루어진 장소가 미국 수도 워싱턴DC 도심의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이다.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인 8월 28일에 행해졌다.
킹 목사의 워싱턴 연설 57주년을 맞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수만명 흑인을 비롯한 인권 시위대 5만명이 모여들었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시위가 이어진데다 최근에는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우리의 목에서 당신의 무릎을 떼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날 시위는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주도했다. 알 샤프턴 목사는 이날 군중을 향해 "꿈꾸는 사람을 죽였을 수는 있지만 꿈을 죽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시민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와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내셔널어번리그, 민권변호사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이 추산한 참석자는 5만명에 이른다.
집회에는 플로이드 및 블레이크의 가족을 비롯해 경찰관의 과잉행위로 숨진 피해자 가족, 플로이드 추도식을 주관한 흑인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킹 목사의 장남 마틴 루서 킹 3세와 손녀 올랜다 킹, 시민단체 지도자 등이 참여했다.
제이콥 블레이크 아버지인 제이콥 블레이크 시니어는 "미국에는 정의에 대한 두가지 시스템이 있다"며 "하나는 화이트 시스템이고 하나는 블랙 시스템이다. 블랙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정의가 없이는 평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하원 흑인의원 모임 부회장인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과 쉐일라 잭슨 리 하원의원, 아야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나와 힘을 보탰다. 비티 의원은 변화를 위해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투표하러 가라"고 촉구했다.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화상 연설을 보내 지지와 공감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역시 미국 인종주의의 뿌리는 백악관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미셸 오바마는 트위터를 통해 "케노샤 총격에 충격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 무엇을 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감 부족, 분열, 구조적인 인종주의가 너무 팽배하다. 때때로 그것들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도 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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