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한화종합화학 상장작업 착수…"내년 코스피 大魚는 나"
입력 2020-08-24 18:04  | 수정 2020-08-24 19:43
한화종합화학이 숙원이었던 증시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삼성그룹과 약속을 지키고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되면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얻게 된다. 예상 몸값만 4조~5조원에 달해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기 위해 최근 외국계 증권사 약 8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조만간 국내 증권사에도 입찰을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다음달 중 주간사단을 확정지은 뒤 연말께 상장 실무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나스닥 입성을 놓고 고민 중이다. 시장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코스피 입성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 측의 목표 상장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시장 관계자는 "김동관 부사장이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지만 결국 유가증권시장을 택하게 될 것"이라며 "상장 여건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이 훨씬 우호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의 전신은 1974년 창립된 삼성종합화학이다. 삼성그룹이 2015년 방산·정유화학 부문을 매각하면서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한화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한다.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효성화학 등을 제치고 국내 1위 점유율을 줄곧 지켜왔다. 지난달부터는 롯데케미칼에 연산 45만t 규모의 PTA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오랜 경쟁사를 고객으로 유치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 투자로 화제의 대상이 됐다. 한화그룹은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는데,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막대한 평가 이익을 누리게 됐다. 투자분 중 절반이 한화종합화학 몫이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는 것은 삼성그룹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은 2015년 방산·화학 부문을 한화에 넘기며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삼성물산 20.05%, 삼성SDI 4.05%)를 남겨뒀다. 인수가액만 2조원에 육박해 한화그룹 측 재무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양측은 '2021년 4월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한화 측이 요청하면 해당 기간은 최대 1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상장이 좌초되면 삼성그룹은 보유 지분을 일정 금액에 한화에 되팔 수 있는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예상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안팎이다. 2년 전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지분(24.1%)을 팔고자 베인캐피털과 협상했을 때도 1조원 수준의 가격이 거론됐다.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큰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공모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지분 매각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그룹에도 호재다. 우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동관·동원·동선)이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를 100% 지배 중이며,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최대 주주(39.1%)다. 한화종합화학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될수록 삼형제의 지분 가치도 늘어나는 것이다. 한화종합화학 2대 주주인 한화솔루션(지분 36%)의 자금 조달 환경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조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을 거둬왔지만, 석유화학·태양광 투자 부담으로 신용도 하락 압박을 받아왔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의 장기 신용등급을 네 번째로 높은 'AA-'로 평정하고 있다. 하지만 등급 전망에 '부정적'이라는 단서를 달아두며 차입 부담이 거듭될 경우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이 공모 시장에서 5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으면 삼성과 한화그룹 모두 윈윈하는 거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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