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제재 피하려 현금 아닌 물물교환 택했는데…꼬여버린 이인영
입력 2020-08-24 16:32  | 수정 2020-08-31 17:07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추진중인 남북간 '물물교환' 사업이 첫걸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물물교환 사업을 추진중인 북한 기업이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대상 기업에 대해 국가정보원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단체간 물물교환 사업의 북한 기업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국정원의 우려 섞인 보고에 대해 통일부가 관련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 의원은 "해당 사업은 완전히 철회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 기업들과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한 한국의 대북사업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협동조합)이 신청한 물품 반출 신청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 협동조합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같은 북한 기업들과 1억5000만원 상당의 북한 술 35종과 한국설탕 167톤을 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계약대상기업인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다.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 대상이라고 국가정보원이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통일부가 북한기업의 대북제재 대상 여부도 확인하지도 않고 물물교환을 추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이날 "통일부가 국정원에 확인을 잘 안한 것 같다"며 "서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 측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라는 기업이 유엔 안보리에서 발표하는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이 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대북제재 대상 기업, 개인 단체 등 리스트에 해당 기업은 포함돼있지 않다. 다만 통일부는 해당 기업이 유엔 제재 대상인 노동당39호실 산하 기관이라는 의혹이 국정원에서 제기된 만큼, 앞으로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국정원과 물품 반출 승인 여부에 대해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통일부는 하 의원의 '사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통일부 측은 또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직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우리측 협동조합이 계약한 북측 여러 기업들 중 하나"라며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남북 물품 반출입승인을 신청한 기업과 계약내용 조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 방안의 첫걸음으로 남북간 물물교환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현금이 아닌 현물을 교환함으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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