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론 압박에? 간송 불상 결국 국립중앙박물관 샀다
입력 2020-08-24 11:09  | 수정 2020-08-24 15:26
금동보살입상.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올해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 굴욕을 겪었던 간송미술관 보물 불상 2점이 결국 국립중앙박물관 품에 안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 자체 유물구입예산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과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을 최근 구입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 '문화재 수호자'였던 고(故)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소장하다가 후손에 물려준 두 불상은 1963년 1월 21일 나란히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이어서 재개관하는 시점에 맞춰 상설전시실에서 두 불상을 전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비슷한 불상을 이미 소장하고 있는데다가 연간 유물구입예산이 40억원에 불과한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매 시작가 30억원에 달했던 두 불상(각 15억원)을 왜 샀을까. 구입가는 비공개이지만, 일제에 맞서 문화재를 지킨 간송의 큰 뜻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구입해야 한다는 여론 압박에 밀려 거액을 투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문화재가 경매에 나올 때마다 국가가 사들일 것이냐"라며 문화재 보호가 아닌 소유에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동여래입상.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남긴 우리 문화재 수호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구입했다"며 "두 불상의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앞으로 과학적 조사와 학술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를 통해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불상 구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5월 케이옥션 경매 직전까지 '물밑 접촉'을 통해 두 불상 매입을 추진했으나 경매는 강행된 바 있다. 유찰된 이후 6월 중순께 간송미술관과 케이옥션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일 먼저 구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규정에 따라 검토하고 7월 말 자체 예산으로 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불상 구입과 관련해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국민의 성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지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주관해 결실을 맺게 해준 케이옥션 관계자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