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택배 없는 날' 반갑지만…"다음 날 물량 폭탄 불보듯"
입력 2020-08-14 10:54  | 수정 2020-08-14 11:31
【 앵커멘트 】
'택배 없는 날'로 택배기사들이 모처럼 사흘 연휴를 누리게 됐는데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주 밀린 택배가 그대로 쌓여 다음주에 물량 폭탄이 예상되는데다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임시공휴일인 월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합니다.
길기범 기자입니다.


【 기자 】
택배 없는 날 덕에 5년 만에 가족여행을 가게 된 택배 기사 이광영 씨.

휴가가 설레면서도,

"굉장히 좋아하죠. 저희가 5년 동안 같이 가본 적이 없거든요."

연휴 동안 쌓일 물량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택배가 없는 게 아니라 밀리는 겁니다.

▶ 인터뷰 : 이광영 / 택배기사
- "200~300개를 하루에 더 (배송)해야 하는데 그거에 대해선 부담스럽죠. 일주일 내내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까…."

그나마 하루라도 쉬면 다행, 강제가 아니라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4대 대형 택배사 외엔 출근하는 곳도 있습니다.


대형 택배사조차 영업소마다 처리할 물량이 많다며 「17일 임시공휴일에 정상 근무를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승환 / 택배기사
- "사회가 쉬는데 우리만 일하게 되다 보니까 오히려 더 황당해했죠. 물량들을 어떻게든 기사들에게 넘기고 기사들이 알아서 해라 이런 태도인 거죠."

하지만 이들이 영업소 방침에 항의하기도, 물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택배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대부분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영업소와 계약을 갱신하는 만큼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겁니다.

또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 배정된 물량을 줄이려면 맡은 지역 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 인터뷰 : 김태완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 "오늘 이 물건만 안 할게요가 아니라 그 구역을 앞으로 안 한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비수기로 돌아가면 수익이 완전히 줄어버리는…."

때문에 이들은 하루짜리 단발성 휴식이 아닌 택배업계의 불공정한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MBN 뉴스 길기범입니다. [road@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한영광 기자·정지훈 VJ
영상편집 :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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