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NTERVIEW 배양숙의 Q] 교육전문가 김진희 박사에게 세계시민의식을 묻다
입력 2020-07-20 19:15  | 수정 2020-07-21 20:30
글로벌인사이트포럼에서 인터뷰 중인 배양숙 대표와 김진희 박사. 김 박사는 2012년부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Q. 국제기구에서 오래 일한 것으로 아는데 UN아카데믹임팩트(UNAI)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요?
A. 국제기구 소속 직원은 아니고, 오랫동안 교육학자로 일하면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자문관 역할을 했습니다. UN아카데믹임팩트는 고등교육 아카데미만 모아놓은 연합체인데, 여기서 세계시민교육과 고등교육 아젠다를 를 설정합니다. 한국인 자문위원으로서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전 세계 많은 대학들이 UN아카데믹 임팩트에 들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동대학교가 허브 역할을 합니다. 고(故)) 김영길 박사께서 담당하셨습니다.

Q. UN아카데믹임팩트에서 참여한 여러 가지 아젠다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2015년이 기억에 남는데, 수많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WEF(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한 해입니다. 대한민국이 회의를 열었고 거대 아젠다인 '세계시민교육'을 우리가 정했었습니다. 전 세계 193개국에 세계시민교육이 맥락적으로 지금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고 참여하는 의장국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한국인 교육학자로서 2015년 9월에 대통령 세션 진행시 세계시민교육을 아젠다로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가 다자간 합의를 할 때 교육 외교관 역할도 했습니다. 강연도 하고 제반 사항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UN에서 한국정부 자문관 자격으로 세계시민교육 의제 상정 발제중인 김진희 박사.
Q.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인천 선언이 큰 성과였습니다. 2000년 세네갈 다카르 포럼 이후 15년 만에 열렸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요?
A. 유엔 산하에 국제회의가 아주 많습니다. 5년, 10년처럼 짧은 기간에 성과를 측정하자고 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보는 이유는 아젠다 자체가 바로 이뤄지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모든 학생이 학교에 와야 한다', '성 평등과 장애인 포용' 등 원대한 목표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장기간을 두고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짧은 시간으로 진행하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큰 목표를 두고 성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Q. 2015년 세계교육포럼(WEF)의 인천 선언문 핵심은 '2030-모두를 위한 평등하고 포용적인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인데, 15년 전 세네갈 다카르에서도 '평등하고 소외 받지 않는 교육'을 하자고 했지요. 제가 2009년 직접 세네갈에 가서 보니, 2000년에서 9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소금 바다에서 실명의 위기를 무릅쓰고 노동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선언을 한 뒤, 2030년에 목표들이 현실화되려면 어떤 것들이 보완돼야 하는지요?
A. 세네갈처럼 개발도상국 현실은 여전히 힘듭니다. 코로나19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올해 1월 마다가스카르에 정부 사업을 평가하러 갔는데, 수도와 지방에서 처참한 아동 노동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탄광촌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노동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 대신 노동해야 하는 삶에 대해 전문가들은 'Push factor(압출 요인)'과 'Pull factor(유인 요인)'가 맞아서 그렇다고 진단합니다.
고용주가 아이들을 유인하기도 하고, 부모가 가난이란 이유로 아이들을 일터로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요인이 서로 맞다 보니까 비참한 아동 노동이 멈추지 않는 겁니다. 2015년에 내세운 아젠다가 2030년까지 현실화되기 위해선 반성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MDG(밀레니엄 개발 목표) 시대엔 일단 학생들을 학교로 보내야하고 교육을 시키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중도 실패 사례가 많았습니다. MDG (밀레니엄개발목표) 시대까지 했던 과정을 반성하기 위해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 ) 시대에선 질적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통계 모니터링을 강화한 게 대표적입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아젠다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통계나 모니터링 기구들이 많이 생겼고 곳곳에서 이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구에도 선진국 출신 전문가와 학자가 다수이고, 개발도상국은 실제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구성원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기존 플랫폼에서는 한국 전문가와 청년들이 활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역량을 가진 청년들, NGO(비정부기구)들이 다자간 협력 기구의 실행자로 많이 들어와 활동해야 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저보다 더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알고, 커뮤니케이션도 하며,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실행 기구 수가 많이 늘었지만, 사실 2030년에도 목표가 다 이뤄질 수 있을지는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Q. 결국 자본의 힘이 중요합니다. 인력 충원도 결국 자본이 필요한데 글로벌 선두 그룹만이 아니라 중소 그룹이 함께 참여하는 게 필요하지요.
A. MDG 시대에선 자본을 많이 가진 세계은행(WB)이 회의를 좌지우지했습니다. 과거 국제회의에서 본 월드뱅크 관계자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정도로요. 이제는 시민사회, 비즈니스그룹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월드뱅크가 자금을 많이 낸다고 해도, 모니터링과 운영은 시민사회, 글로벌NGO가 함께 하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카메룬에 사업을 연다고 하면 월드뱅크가 펀딩을 많이 해도 그쪽 사람들만 데려가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와 비즈니스그룹이 함께 가서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또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앞으로도 더 많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감시와 견제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A.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예전엔 공적협력분야가 단순히 돈을 투자해 학교나 도로 짓고 오는 걸 뜻했다면, 요즘은 모든 사업마다 저 같은 전문가가 질적 평가까지 하는 구조입니다. 재원이 더 필요해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착된 겁니다. 이제 평가 없이 진행되는 사업은 없습니다.

국제회의 참석 중 개발도상국 최빈국에서 교육성과 분석 연구 를 하고 있는 김진희 박사.
Q. 코로나19 이후 김진희 박사가 70여 개국을 다닌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A. 연구자로서 요즘 강의를 하면서 플랫폼 변혁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 대면과 비대면 수업이 차이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학에서 중요한 건 결국 상호 작용입니다. 대면 강의에서는 교수가 무형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이 더 활발히 될 수 있지만, 온라인 비대면 강의에서는 이게 어렵습니다.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은퇴하신 교수님께서 이런 상황을 보시고 "김 박사가 70여 개국에 나간 마지막 세대가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청년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 시기에 국외로 나갈 길이 막히자 그런 식으로 안타까움을 표현하신 겁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많았습니다. 블루마블과 세계지도를 끼고 살았을 정도입니다. 여행을 다닐 때도 일부러 경유하는 비행을 택해 경유지에서 노숙도 하고 문화도 즐겼습니다. 연구자였지만 제 특유의 발랄함과 사교성으로 현지인들과 접촉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선 패키지 여행이 어렵고, 오염과 감염 우려로 경유도 힘들어 지면서, 앞으로는 청년들이 저처럼 여러 나라를 가보고 배우는 데에는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세계 무역과 협력이 줄고 경제 블록화가 심해지는 등의 암울한 미래만 그릴 게 아니라,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가치 기준 안에서 사람 간 연결 방법을 좀 더 세련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 분야에서의 많은 역할이 필요합니다.

Q. 예컨대 화상 회의기술은 필요에 의해 더 크게 발전하겠지만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고 있고, 각 나라들도 점차 보호주의로 방향을 바꾼다면 긍정적인 의미의 뉴노멀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A. 우리가 모범사례국으로 꼽는 유럽 국가가 보통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세 곳인데 이 나라들이 2011년에 돌연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회원 수 2만명이 넘는 반(反)다문화 카페 회원들이 "선진국 사회도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 선진국도 못하는데 우리가 다문화사회로 갈 수 있겠느냐?"며 반다문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유럽의 '다문화주의 실패'라는 것이 진짜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이 낮아지면서 반(反)이슬람주의로 변하는 양상을 뜻한다는 겁니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 반이슬람주의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8년부터 유럽 경제에서 침체가 일어났는데, 그때부터 이민자 배척, 혐오가 시작됐습니다. 이주민이 융합과 통합을 주는 게 아니라 테러분자처럼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가 된 거지요. 그렇지 않아도 유럽 정치권에 우파가 자리를 잡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로 경제가 더 어려워지니 이런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도 알듯 유엔에 가입한 193개국이 연대하지 않으면 현재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누릴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베트남산새우, 노르웨이산 연어가 들어오는 시기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아예 무역이 중단될 수는 없습니다. 무역과 사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주장보다 이런 상황을 풀기 위해 오히려 각국의 연대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5- 2030 역사적인 SDGs 선언, 제70차 유엔 총회 정부대표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김진희 박사.
Q. 연대가 중요하다는 건 시민들도 인식하지만 세계 리더들이 이와 반대로 가고 있으니 시민들이 불안한 것이다. 이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A. 지그문트 바우만 등 정치철학자들이 2~3년 전에 쓴 '거대한 후퇴'라는 책이 지금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국가 리더들이 인종주의와 반이민주의를 부각시키고 보호무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금 사태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연구자들도 세계화가 후퇴됐다고 본 겁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가치들이 후퇴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처럼 잘못된 상황에서는 시민 사회가 직접 거리로 나와 연대하고 협력해 잘못을 저지합니다. 앞으로도 불협화음이 있겠지만 감시와 견제 속에서 세계는 연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세계시민 교육자로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다고 했지요.
A. 다들 세계시민 개념과 연구 분야에 관심이 없을 때 저 혼자 관심을 가지고 파고들었습니다. '이걸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문제를 풀고 답을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한국의 유명하고 좋은 대학교 선생님도 만나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캐나다, 영국, 호주로 갔습니다. 책을 내고 강연과 자문도 하고 있지만, 이런 제 활동이 얼마나 시민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가끔 들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도 다문화나 세계시민에 대한 인식이 저와 비슷한 온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관점으로 공존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데, 형식적으론 세계시민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도 사회경제적으로 위축돼 있고 생업에 바쁘다 보니 관심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세계시민을 가진 자만의 개념, 즉 멋있고 화려하고 해외를 많이 다니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만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큽니다. 바쁘다 보니 관심이 없는 겁니다. 내 삶이 어렵고 바쁘고 여유가 없어질 때 사람들은 주로 타겟팅 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 타겟이 되는 주 대상이 난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제 스스로 세계시민 교육자로서 정체성을 단단히 하고 공부도 하면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봐야, 단순히 '세계시민이 옳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규범적, 당위적으로 말하는 것을 넘어 설득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도 꾸준히 성찰하면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일반 시민들은 세계시민교육을 글로벌 인재 양성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A. 책에서도 말했듯이 세계시민교육이 반드시 글로벌 인재 양성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보통 글로벌 인재로 여겨지는 사람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거나 MBA 과정을 마치고, 싱가포르나 홍콩의 헷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외국어도 잘하고 몇 억 연봉을 벌고 있으니, 글로벌 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세계시민이냐'고 물었을 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시민은 공동체 의식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약자가 어떻게 생기는지 관심을 갖고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연대를 강조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문제에 참여하고 개입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만약 그 사람이 타자나 약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인권의식이 없다면 세계 시민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 볼리비아 한국대사관에서 볼리비아 교육부장관 초청 '세계 속의 한국 교육'을 주제로 강연중인 김진희 박사.
Q. 책에선 진정한 세계시민은 국제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서는 작은 해결책이라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A.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식, 태도, 행동 측면에서 직·간접적 참여를 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내가 아프리카 베냉을 가보진 않았어도, 베냉의 아동 노동 실태에 관심을 가지고 칼럼을 쓰거나 기부하는 등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자크 데리다가 말했듯, '환대 (Hospitality)'가 필요한 겁니다. '환대'는 얼굴도 모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이해 관계가 같지 않은 타인이라도, 위험에 처해있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세입니다. 자크 데리다는 이를 '무조건적인 환대'라고 했는데, 절대적 타자에게 절대적 환대를 해줄 수 있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의 숙제입니다. 지금은 타자에 대해 호의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시급합니다. 여러 논문에서도 말했듯이, 예멘 난민 문제의 경우 타인이면서 모르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잘못된 루머가 확산됐습니다. '예멘 난민이 무슬림이니 여성을 차별하고 성폭행을 한다'는 논리가 SNS에 루머처럼 퍼졌습니다. 타자에게 우리가 어떤 환대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왜 6·25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에 더 많은 마스크를 보내며 도움을 줄까요? 우리나라가 약자였을 때 에티오피아가 우리에게 파병을 지원하고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세계시민 교육에서 요즘 타자에 대한 환대, 성찰, 자기반성을 강조하는 까닭입니다.

Q. 스스로 생각하기에 얼마나 개방적인가요?
A. 저는 고민은 많이 하고 결단은 빠른 편입니다. 저도 해외에서 유학을 했지만, 사실 집안이 개방적이거나 진보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를 가르치셨던 은사님도 개방적이기 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측면이 많았고, 저는 '나는 그러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반대로 배웠습니다. 교육학 용어로 '언러닝(Unlearning)'이라고 하는데, 그간 배운 것을 버리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개념입니다. 저는 어떤 사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듣고 수용하고, 개방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캐나다 다문화교육엔 섹슈얼리티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나라 다문화교육은 성 평등만 주로 얘기하고, 난민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언급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최대한 이런 부분에 경계 넘기를 하면서 정치, 성, 문화 등에 개방적인 아젠다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생각의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개방성 측면으로 봤을 때 저는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되, 끊임없이 번뇌하고 고민하는 연구자가 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제 강의에 대해 피드백하면, 개방적으로 내가 뭐가 부족한지 배우려고 합니다.

Q. 유엔과 유네스코(UNESCO)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자문관으로 일하는데, 각 기구마다 하는 일이 다른가요?
A. 저는 각 기구에서 전문성을 갖고 상시 자문하는 패널 역할입니다. 유엔이나 유네스코 국제회의의 역할은 합법적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 다자간 합의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유네스코의 경우, 195개국이 모이는 플랫폼을 조성해 '다 참여하라'고 한 뒤 함께 모여 아젠다를 만듭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합법적으로 그 아젠다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 저 같은 학자들이 자문위원회에 들어가 아젠다가 해당 맥락에 맞는지, 대안은 없는지 점검하면서 더 나은 아젠다가 나올 수 있도록 상시 무급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UNICEF)에서도 일했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세계시민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시민이라는 의미가 나라마다 달리 이해되는데, 예를 들면 브루나이에선 성 평등 부분을 세계시민 개념에서 빼고 싶어 합니다. 어떤 나라에선 인권을 중심으로 이해하고요. 각 나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릅니다. 저는 전문가로서 개념 차이의 균형을 맞추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Q. 나라마다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른데 표준화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의견을 조율해 중요한 몇 개 아젠다만 선택하는 게 어려운 일일 텐데요.
A. 190개국이 넘는 나라들이 유엔에 가입돼 있는데, 각 기구에서도 아젠다를 국가가 어떻게 해석하는지 연구하는 소그룹 회의체가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컨트리 리포트가 나오는데, 한 국가가 특정 사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가치에 초점을 두는지 정리돼 있습니다. 중요한 건 유네스코가 절대 지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제회의기구는 아젠다를 만들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지, 이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젠다에 대응하고 소화하고 참여하는 것은 각국 역량에 따라 다릅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은 아젠다가 나오면 빨리 접근하려고 하지만, 미얀마나 라오스,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국제 회의에서 한국의 위상은 플레이어 수준인데, 아직은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적극적으로 의장국 역할도 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 프랑스 파리 본부에 세계시민교육 아시아 대륙 자문 자격으로 참석한 김진희 박사.
Q. 이런 문제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과 연결 지어 볼 수 있을까요?
A. 정치인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 때문에 해외에서 고강도로 일하는 공무원들까지 폄하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같은 연구자들은 그런 일정이 생기면 하루 종일 비행하고 회의록 쓰고 발표하며 24시간 동안 씻지도 못할 정도로 바쁩니다.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몇 사례 때문에 오명을 입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이럴수록 우리가 국제회의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표권을 보여주고, 아젠다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유엔이나 유네스코, 유니세프 모두 SDGs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중심으로 행동하고 있다. 큰 성과 없이 몇 년 째 각 기구들이 한 가지 목표에 몰입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고급 인력의 낭비 아닌가요?
A. 일반 시민들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국제기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유엔이라는 모 기구 밑에 작은 각각의 권한을 가진 기구들이 있는 구조가 있는 이유는 이루려는 아젠다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SDGs라는 방향 아래 2015~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굵은 목표만 17개, 세부적 목표는 169개나 됩니다. 이 169개 목표들을 다 실행·모니터링 하기 위해선 교육, 의료, 난민, 여성 등 주요 부문이 나눠져야 합니다. 이 전문 기구들이 하나의 이정표를 위해 함께 나가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각 기구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더 많은 청년이나 비즈니스 그룹이 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지 활발히 논의돼야 합니다.

Q. 다그 함마르셸드 제2대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은 인류를 천국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유엔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세계 72억 인구 중 누군가는 행복하지만 누군가는 불행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굉장히 동의합니다. 개발도상국에 가면 공항을 내리자마자 이를 둘러싼 공기와 환경이 한국에서 누렸던 것과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살짝 눈만 돌려도 누군가는 지옥 속에 놓여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도국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만약 내가 에티오피아의 시골 마을의 소녀로 태어났다면, 내가 조혼을 당해야 하는 여성으로 태어났다면'이라는 가정을 많이 했습니다. 연구자나 정책입안자들도 개발도상국을 보며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로 보지 않고 '만약 내가 이들이라면'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NGO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타고 국제 회의하는 것도 최소화하자고 하는데, '우리는 화려하게 해외를 다니며 회의하지만 누군가는 지옥 속에 놓이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이 갔습니다. 제가 여성이자 교육학자로서 갖는 강점은 남자 선배가 가지지 못하는 공감 능력, 예민함입니다. 남자 선배는 조혼, 매매혼 문제를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아무래도 이들을 타자화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태생적으로나 본질적으로 가진 공감, 예민함, 민감함의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항상 '내가 만약 여기서 태어났다면 유엔의 화려한 정책이 나를 구제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질문하고 반성합니다.

Q. 저서에서 타자의 권리를 승인하는 민주인식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A. 저도 여전히 공부하면서 엄청난 다독을 하며 집필합니다. 난민이 국가 경계를 넘어 우리나라로 왔을 때 세금도 안 냈고 보호받을 법적 지위는 없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선을 넘어서 온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 그 자체가 사회적 지위가 되고, 이 지위를 인정하는 승인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더 작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큰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이들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환대를 해야 합니다. 피부색과 종교가 다르다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말하면 코즈모폴리턴적인 환대가 필요합니다.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 세계시민 개념이 얼마나 와 닿을 수 있겠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눈을 마주치는 이웃에게 상처주지 않으려는 배려와 행동들을 조금씩 넓혀 가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배우 정우성 씨도 세계시민, 코즈모폴리턴으로서 큰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욕을 먹으면서도 꿋꿋하게 난민을 지지합니다.
A. 가끔은 학자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론을 보면 세계시민의 개념은 곧 정의(正義)와 닿아 있습니다. 누군가 불의나 불평등한 상황에 있을 때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 대응하는 연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정우성씨는 배우로서 관객을 끌어 모아야 하는 사람임에도 안티 그룹이 생기는 걸 감수하고 난민 혐오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세계시민의 자세이고 사회 정의에도 부합합니다. 프랑스나 영국에선 중산층의 기준이 '약자가 사회적 부당함을 당할 때 같이 맞서 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사회 정의와 사회적 책임을 주 평가기준으로 보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의 개념은 물질주의적 측면이 큽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몇 억인지, 자동차를 몇 대 가지고 있는지 등이 중산층의 기준입니다. 이젠 중산층을 물질주의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타자와 약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지를 중점에 두고 평가해야 합니다.

Q. 포용적 성장, 불평등 완화,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유엔의 SDGs 17개 목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A. 교육학자이기 때문에 '교육의 평등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부색, 국적, 성 때문에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권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 식민지였고 여전히 영국 연방 국가인 탄자니아 같은 나라는 국제 기구에 참여할 때 영국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러면 영국이 내세우는 아젠다에 당연히 찬성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탄자니아 대표는 가족 대대로 엘리트가 될 수 있지만, 탄자니아 국민들의 교육에 별 관심이 없거나 국민들이 왜 글을 알아야 하는지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젠더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리 천장 문제가 여전히 큽니다.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우선주의'가 아니라 젠더로 인해 누구도 고통 받지 않는 인권주의적인 시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반차별 담론과 관련해 영국 레스터 도시의 다문화교육을 연구했었지요?
A. 제도가 인식을 견인할까요? 인식이 제도를 견인할까요? 선진국에선 정책 R&D(연구개발)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책과 제도를 만듭니다. 목적과 효과를 분석해서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 정책을 포함해 제도가 객관적, 과학적으로 촘촘히 잘 구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우리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입니다. 다만 제도가 아예 없으면 인식이 자라나는 토양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제도는 필요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런던, 벤쿠버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나마 이런 곳에선 인종차별법이 있기 때문에 약자들이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이런 인종차별법이 없으면, 가해자들이 법망을 빠져나올 수 있고 인종차별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레스터 사례를 연구했던 이유는 인구의 15%가 이주 배경을 가진 초 다문화 사회인 영국에서, 레스터라는 도시가 인종차별을 혁파하고 타인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을 잘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레스터에서는 학교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20세 이후에도 많은 평생 교육이 이뤄집니다. 시민사회, 평생 교육이 시너지를 발휘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갈등을 조정하고 공존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연관된 다양한 연구도 가능합니다. 도시 별로 제도를 분석하고 세계시민 인식을 비교하며 제도와 인식의 관계를 살펴보는 겁니다.

APEC 교육장관회의에서 한국 측 교육전문가로 활동한 김진희 박사.
Q. 세대 문제도 짚었습니다.
A. 여성가족부에서 3년 주기로 진행하는 다문화 수용성 연구를 보면, 공통적으로 '청소년이 성인보다 다문화 수용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보면 '어른보다 10대가 개방적'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사회의 전망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말할 수 없습니다. 청소년들은 다문화 수용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유튜브를 어릴 때부터 봤기 때문에 글로벌 콘텐츠에 익숙하고, 하위 문화인 팬픽 문화에서도 동성애 코드를 자주 접합니다.
세부적으로 결과를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의 선진국 지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를테면 친구를 사귈 때 선진국 아이를 더 선호하고 배우자를 고를 때도 선진국 출신 배우자를 좋아하는 겁니다. 여전히 사대주의적 접근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이 높아도 '이주민=범죄자'로 인식하는 비율도 높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고착되면 훗날 지위 경쟁이 극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저소득층, 단순 노동 계층은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데 훗날 일자리 경쟁에서 이주민을 배척하는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JTBC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정장을 멋있게 입은 사람만 세계시민으로 의식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사회엔 60~70만 명에 가까운 미등록 체류자도 있고 난민·결혼이주민·유학생도 있는데, 청소년들이 화려하고 예쁘고 다듬어진 사람들만 보려고 하는 게 아닌지 우리도 성찰해야 합니다.

Q. '교육이 인간 마음에 평화를 가져 온다'는 유네스코의 교육 이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A. 유네스코의 가장 큰 기능은 거대 아젠다를 합의할 거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입니다. 여기서 함께 만든 아젠다가 공신력을 가지고요. 유네스코의 이념처럼 교육이 인간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선 교육이 평화적 콘텐츠와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과한 훈육으로 가면, 인간에게 평화를 가져오기 힘듭니다. 더 나은 교육, 세계시민을 위한 교육, 모두를 이해하는 교육이 있어야 평화 마음에 씨앗을 뿌릴 수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계시민 교육과 공존의 길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A. 개인이 가진 힘이 항상 미약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씨앗이 되면 나비효과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 자꾸 사람들이 저에게 'Where are you from?'을 묻는 게 촌스럽고 싫다고 느꼈습니다. 저를 '젊은 아시안 여성'으로 바라보는 게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60~70개국 다니면서 저에게 무조건 들어오는 질문은 국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제가 한국이란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제 스스로 세계시민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답답할 때 세계 지도를 보라고 말합니다. 여러 번민과 고민들이 있어도 국경을 넘으면 더 넓은 세계가 있고 배울 게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요즘 청년들이 저에게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국제 교류 분야에서 일하던 청년들이 한순간 실업자가 됐거나, 이쪽 분야에 꿈을 키워왔는데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는 등, 한 마디로 '멘붕' 상태인 겁니다. 저 역시 모든 국제 학술대회가 취소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청년 세대에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 암울해보여도 글로벌 역량이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 언제든지 상황이 나아지면 바로 활동할 수 있게 준비된 상태까지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이복형제는 청소부였습니다. 상황에 좌지우지될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대로 꿈을 키워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제가 어려움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새로운 기술의 메커니즘이 열린다면 더 많은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후엔 다양한 나라들과 교류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세계시민은 잘난 개인을 뜻하는 게 아니라 '더 괜찮은 개인들을 키워내는 공동체'라는 걸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런 세계 시민 의식을 조금씩 키워나가야 합니다. 요즘엔 혐오 표현을 많이 쓰는데,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언어는 나의 집입니다. 더 나아가 나만 잘 사는 집이 아니라, 내 친구들과 모르는 타인들이 이 집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컨퍼런스 행사 후 미팅중인 김진희 박사.
2019년 5월 뉴욕 소재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코피 아난 센터에 방문해
SDGs (지속 가능 개발목표) 세미나에 참석했다.
17개의 목표중 SDG 1 빈곤증식, SDG 8 포용적 경제성장, SDG 10 불평등 완화,
SDG17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 나의 관심은 집중이 됐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께서는 평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함마르셀드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자문을 하셨다고 한다.
구다크 함마르셀드 제2대 유엔 사무총장께서 남기신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줬다.
"The United Nations was not cheated to take mankind to heaven,
but to save humanity from hell. (유엔은 인류를 천국으로 이끌기 위함이 아니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세미나를 진행하던 유엔 소속 전문가가 IT강국인 한국이 SDGs 확산속도가 늦다고 하며
세계시민의식 (Global Citizionship) 함양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했기에
바로 차세대기업가 COSMOS & Be과정에 김진희 박사를 초빙해
미래의 글로벌 리더인 차세대 기업가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
70여 개국을 방문하며 열정적인 연구와 실행을 해온 경험을 각계각층에 기꺼이 나누는
김진희 박사야말로 진정한 세계시민이라고 생각됐다.
김진희 박사의 오랜 연구와 경험적 지식이 글로벌시민의식 함양에 큰 영향을 주길,
더 괜찮은 개인들이 늘어나 대한민국 국민은 바로 세계시민이라고 인식되는 내일을
기대한다.

2019년 5월 미국 뉴욕 유엔글로벌콤팩트 코피 아난 보드룸에서 배양숙 대표.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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