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BBB회사채 위축에…A등급마저 연쇄 위기
입력 2020-07-09 17:35  | 수정 2020-07-09 19:49
BBB등급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BBB등급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신용등급이다. 한 단계 상승하면 우량 등급에 속하는 A등급을 받지만, 한 단계 떨어지면 투기등급으로 전락해 채권시장의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9일 '소멸에 이른 BBB등급과 벼랑 끝에 선 A등급, 한국 채권시장의 위기'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BBB등급 시장이 소멸하다시피 하면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채권 신용등급 BBB등급을 받은 회사는 전체 401곳 가운데 27곳으로 6.7%에 그친다. 반면 한 단계 높은 A등급은 26.7%, 한 단계 낮은 BB등급은 12.0%에 달한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BBB등급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35%를 차지했다"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40%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BBB등급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서 A등급까지 위협받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등급별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된 이후 정부 정책으로 AA등급까지는 정상화됐지만 A등급은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결과 투기등급을 부여받은 회사는 사실상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미국 포드는 지난 3월 투기등급으로 하향됐지만 4월 80억달러 규모 채권을 연 8~9% 금리로 발행했다"며 "국내에서 BBB등급 시장이 기능을 멈추면서 BBB등급 이하 기업은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등급 채권 금리는 2007년 이전만 해도 A등급의 금리 1배 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최근 들어 A등급 금리와 3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 본부장은 "등급 간 금리 차이가 과거 2~3%포인트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저금리에도 4%포인트 이상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등급 사이 위험 차이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BBB등급과의 금리 차이가 높아지는 만큼 결국 A등급 채권도 고금리에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해당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 본부장은 "BBB등급 이하 대기업·중견기업·벤처기업은 직접금융 시장 창구가 막혔다"고 비판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