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구시, 1900억대 하수처리시설 설치사업 부당처리…예산 213억 절감기회 날려
입력 2020-07-07 18:52 

대구광역시가 위법·특혜 소지가 있음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1900억원 규모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민간투자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구광역시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2017년 A기업이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설치·기부하면 해당 기업에 20년간 시설 사용 수수료 등으로 1894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수의 협약을 맺었다. 하수슬러지는 하수를 정수하는 과정에서 가라앉은 찌꺼기로, 건조 처리하면 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감사원은 대구시가 민간투자법상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인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결국 민간투자법이 아닌 '공유재산법'을 적용해 A기업과 수의 협약을 맺었다. 이때 대구시는 해당 사업에 공유재산법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제3자 공고 등을 생략하고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라'는 권영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는 권 시장이 관련 공무원들에게 무리한 법 적용을 지시한 것으로도 해석돼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A기업은 1900억원대 사업을 수월하게 따내는 특혜를 받았고 대구시는 경쟁입찰을 통해 예산을 절감할 기회를 잃게 됐다. 감사 결과 해당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었던 B기업은 A기업보다 총사업비를 213억원이나 적게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 시장은 감사 과정에서 자신이 해당 사업에 대한 공유재산법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제안을 따른 결과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제부시장은 권 시장에게 공유재산법 적용을 건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감사원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예산절감 기회를 상실하고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 대구시장에 대해 엄중하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또 권 시장에게는 관련 사업을 맡았던 공무원 4명을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하거나 주의를 주도록 통보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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