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살해 감춘 경찰관, 이춘재보다 더 나빠"…이춘재에 희생된 8살 딸에게 31년 만에 국화꽃 건넨 60대父
입력 2020-07-07 14:23  | 수정 2020-07-14 14:37

꼭 31년전 8살난 딸(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 실종된 날과 마주한 김용복씨(69)는 말을 잃었다.
김씨는 7일 이춘재가 자신의 딸을 살해한 장소라고 지목한 화성시 A 근린공원을 찾아 짧께 헌화했다.
과거 이 일대는 피해자인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들이 발견된 야산이었다.
김씨는 등산로 바로 옆 비탈진 산자락에 국화꽃 한다발을 올려놓은 뒤 머리를 숙여 묵념을 했다.

이후 벤치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닫았다.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울먹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게 너무나도 원통하다".
이어 화성연쇄살인 사건 당시 수사팀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그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면서 "(이 곳이)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원망했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해온 경찰은 30여년 전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따라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면서 "딸에게 못 해준 것만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힘겨워했다.
이어 그는 "딸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헌화에 동석한 김씨 측 법률대리인 이정도 변호사는 "경찰이 해당 수사관들에게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점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김양의 가족은 경찰의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나원오 형사과장과 이정현 중요사건 미제수사팀장, 피해자 보호 전담직원, 이춘재 사건 수사팀 2명 등 5명도 이날 헌화하며 김양의 넋을 기렸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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