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투표용지에 '다 드세요'·'아 무효' 조롱 낙서…기초의회 감투 갈등 '시끌'
입력 2020-07-07 12:28  | 수정 2020-07-14 13:05

부산지역 기초의회 곳곳에서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상식 밖의 풍경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7일) 부산 기장군의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의장단 중 하나인 '경제안전도시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모두 8번이 진행됐지만 모두 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의원 8명이 무기명 투표로 치른 선거였는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과반 투표가 기권표들로 인해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기권표 가운데는 어처구니없는 표기도 잇따랐습니다.


투표용지에는 의원들이 '다 드세요', '좋은가요', '스마일', '싫어요', '졌다', ' 가자', '아 무효' 등 조롱 낙서를 적어놓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장군의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기장군은 8명의 의원이 당적보다는 노장파와 소장파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갈등 과정에서 노장파가 경제안전도시위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장단 자리를 모두 차지하자 갈등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운대구의회도 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하고는 상임위원장들이 선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상구의회도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열 구의원은 어제(6일) 부산 사상구의회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습니다.

같은 당 조병길 의원이 민주당 의원총회의 합의를 전면 뒤집고 미래통합당과 결탁해 구의회 의장에 당선됐다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의원은 "민주당 공천을 받은 뒤 구민 선택을 받아놓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미래통합당과 결탁한 조 의원과 이번 사상구 의장단 선거를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3일 윤리심판원 회의에서 당론을 어기고 의장단 선거에 임했다는 이유로 조 의원을 제명 처분한 바 있습니다.

조 의원은 "의장 자리를 통합당이나 무소속에 뺏길 것을 우려해 통합당이 나를 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고 반박하며 의장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하구의회도 민주당 의원들끼리 의장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의장 선거가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구의원들은 당론으로 박정순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했으나 같은 당 김기복 의원이 야당표를 업고 7표로 최다 득표를 했습니다.

김 의원은 과반을 얻지 못해 의장으로 선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어제(6일) 오전 사하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재선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구의원들이 '김기복 out' 손팻말을 들고 미래통합당 의원들 앞을 막아서 결국 의장 선출은 무산됐습니다.

김 의원은 "의원총회 전부터 본인이 의장 자리에 대한 뜻이 있음을 밝혔음에도 민주당이 합의 없이 의장을 독단적으로 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기초의회의 상식 밖의 행동은 스스로 무용론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구의원은 "2년 뒤 선거를 앞두고 의장, 위원장 같은 직함을 달고 있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얼마나 주민을 위해 일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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