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범죄자 신상 공개하라"…얼굴·이름 박제한 `디지털 교도소` 등장
입력 2020-07-07 10:57  | 수정 2020-07-14 11:07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성범죄 사건 피의자들의 얼굴과 실명,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등장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감독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등의 신상이 공개돼 있다.
7일 오전 기준 이 사이트엔 151명의 범죄자·사건 피의자들의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얼굴 사진과 함께 출생연도, 출생지, 출신학교뿐 아니라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된 글도 있다. 익명의 사이트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며 "모든 범죄자들의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며 근황은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고 밝혔다. 또 범죄 피고인의 재판 일정을 안내하고 신상과 관련된 제보도 받고 있다.
신상 정보가 공개된 게시글에는 "죽어라", "역겹다" 등 익명 댓글이 수백개씩 달리고 있다. 운영자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Bulletproof Server)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기에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해주시면 된다"고 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지난 5월 N번방·박사방 등 성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운영하다가 계정 정지를 당한 후 홈페이지 제작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N번방 참여자의 신상공개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허되면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커져 '사회적 심판'에 나서자는 생각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한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이미 붕괴됐고 사적 보복에 대한 열망과 무기력만이 넘실대고 있다"며 "사법부는 디지털 교도소 등을 보고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가"라는 성명을 냈다.
범죄인 인도를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서울고법 강영수 판사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에는 이날 오전 3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한편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실정법 위반 우려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디지털 교도소 접속을 차단해달라는 심의 민원이 3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의 변호사는 "공익 목적이라곤 하지만 이미 있는 법과 제도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직 재판 중에 있는 사람도 있고 유죄 판결이 나도 신상 공개의 필요성이 없는 사건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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