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비건 방한 맞춰서…北 "남쪽동네 말귀 어둡나, 본전도 못찾을 것"
입력 2020-07-07 10:26  | 수정 2020-07-14 10:37

7일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향해 북한이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비건 부장관의 방한일에 맞춰 담화를 내고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흘 전인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정치적 위기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한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다.
권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북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에 대해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데 만 습관 돼서인지 지금도 남쪽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자다가 놀랄)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있다"고 비꼬았다.
사흘 전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 대해 국내에서 일부 희망론적인 분석이 제기되는 것을 두고서는 "어떤 인간들은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시지'이고 '좀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까지 내놓고있다"고 지적했다.

권 국장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하고 나섰다"며 "제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권 국장은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는 것"이라며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건 대표 방한에 맞춰 북미협상의 북측 핵심 당국자 두사람이 미리 담화를 내는 것은 진짜 협상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과거 방식으로는 안할 것임을 미리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선 판세를 비롯한 현재의 미국 정세, 코로나 확산상황, 미중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미북간 합의를 해봤자 이행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국내정치에 이용되는 것 외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