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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쇄신안, 무책임한 체육회…총 책임자 이기흥 회장 퇴진해야
입력 2020-07-07 00:00 
끊이지 않는 체육계 폭력 사태다. 대한체육회는 뿌리를 뽑으려는 의지가 있는 걸까. 이기흥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고(故) 최숙현의 동료들은 처벌 1순위로 경주시청 주장을 지목했다.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만큼 가장 먼저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도 일벌백계를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에 대한 징계를 내린다고 달라질 건 없다. 언제든지 제2의, 제3의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체육계엔 악습이 남아있으며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로 엘리트 체육에만 목을 매는 시스템도 바뀌지 않았다. ‘총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토대를 갈아엎지 않았다. 분명한 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다.
2019년 1월 15일,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파만파로 퍼진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허리를 숙였다.
이 회장은 메달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며 지도자들이 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이 아닌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불과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허점투성이였다. 지도자, 선배의 폭력 행위가 체육계에 만연하다는 사실이 故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다. 수평적인 구조는 없다. 수직적이었으며 일방적이었다. ‘실력 있는 특정 선수만을 위한 무대장치는 옛날 그대로였다.
어둠의 그늘에 갇혀 고통받는 선수를 보호해야 할 대한체육회다. 그들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무가 돼야 했지만, 오히려 외면했다.

故 최숙현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힘들었을 터다. 경찰에 고소한 고인은 4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었다. 하지만 비호받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고인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이유다.
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부실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장관은 최숙현 선수가 죽음을 선택하기 전날까지 여섯 번이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존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작동됐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이 회장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과거에도 들었던 이야기다. 들끓는 여론에 휘말려 시늉만 하는 모양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시스템은 허울뿐이다.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건의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 또한 가해자다.
체육계에서 오랫동안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고, 비극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처사다.
이 회장은 ‘학교체육의 활성화와 생활체육의 일상화를 강조하면서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 환경 조성을 공언했다. 그렇지만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다. 이쯤 되면 대한체육회가 바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스포츠·시민사회단체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해 7차에 걸친 권고를 통해 피해자 보호와 인권침해 대응시스템, 학교체육 정상화와 엘리트 체육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시종일관 이를 무시하고 반대하고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타까운 비극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체육계의 근본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자의 처벌은 당연하다. 이 회장도 그중 한 명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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