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영남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출간…"아이디어만으로 작가 될 수 없어"
입력 2020-06-29 20:43  | 수정 2020-07-06 21:05

'그림 대작' 사건으로 논란을 몰고 온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현대미술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혜화1117 펴냄)이 출간됐습니다.

조영남이 현대미술에 대한 100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한 자문자답 형식의 책으로 자신의 화투 그림 이야기부터 현대미술의 개념, 역사까지 자유분방하게 풀어냈습니다.

조영남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가가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아이디어가 미술 작품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 실현 능력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아이디어나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기만 하면 현대미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영남은 세계 최고 화가로는 파블로 피카소를 꼽았습니다.

피카소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그는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아리따운 다섯 명의 여인들을 괴상망측한 추녀로 상상하고 그려냈다"라며 "화투 쪼가리를 꽃으로 상상하고 그린 '극동에서 온 꽃'에 비하면 피카소의 상상력은 엄청난 거고, 저의 상상력은 한없이 초라하다"고 말했습니다.

'화투 그리는 화가'로 자신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엄청난 영광"이라며 "소변기의 뒤샹이나 콜라병 그리는 워홀과 비슷한 맥락의 팝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거와 많이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화투가 현대미술 소재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화투는 사람들에게 내심 푸대접받는 물건"이라며 "그런 물건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조영남은 세계에 내세울 한국 예술가로는 백남준을 꼽았습니다.

백남준은 피카소와 맞먹을 만큼 현대미술계에서 압도적인 공적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무엇보다 현대미술은 사기꾼 놀음이고 예술은 사기라는 그의 말을 섬뜩하게 가슴에 새기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조영남은 백남준의 말이 '미술에, 예술에 너무 치우치거나 빠져서 허우적대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라고 해석했습니다.

가수 조영남과 화가 조영남 중 어떤 쪽으로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처럼 화수(화가·가수를 합친 말)로 살게 되지 않을까"라며 "그림과 노래 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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