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에도 기술은 통했다…IP대출 급증
입력 2020-06-29 17:05  | 수정 2020-06-29 21:35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권 동산·지식재산권(IP) 담보 대출 취급액이 급증해 5월 말 현재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약 5%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제도를 정비한 데다 코로나19 피해로 자금 수요가 늘자 기업들이 새로운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은행들도 기존 '부동산 담보'라는 틀에 박힌 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기술금융 분야를 강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29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248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신규 취급액인 2168억원을 넘어섰다. IP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내주는 IP담보대출 취급액도 증가세를 보여 올해 들어서만 신규 대출이 2980억원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규모가 304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도 안 돼 연간 수치를 달성한 것이다. 동산 담보와 IP 담보 대출 신규 취급액을 모두 합하면 올해 들어서만 5460억원 집행된 것이며, 지난해 말 신규 취급액 5210억여 원을 뛰어넘은 셈이다.
동산담보대출이란 기업이 가진 생산시설, 원자재, 재고 자산, 농축수산물, 매출 채권 등 유·무형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말한다. 당초 은행들은 기업이 부실화해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게끔 토지·건물 등 부동산 자산만 담보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정작 기술력과 혁신성을 가진 기업이나 영세업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제도적으로도 동산 담보 활성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 피해로 기업들 자금줄이 마른 3월부터 동산·IP담보대출 수요·공급이 급증한 것이다. 4대 은행 기준으로 동산·IP담보대출 신규 건수를 월별로 살펴보면 올해 1월 41건, 2월 76건에 불과했던 것이 3월엔 261건을 기록했고, 이후 4월 220건, 5월 265건 등으로 꾸준히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지플러스생명과학이 주거래 신한은행에서 받은 IP담보대출이다. 이 업체는 면역치료제 등을 개발하면서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동물실험을 수행하며 주목받았는데, 기존 대출 한도가 꽉 찼고 신용도가 낮아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이에 신한은행이 지플러스가 가지고 있는 IP 자산을 담보로 잡아 유동성 20억원을 마련해줬다.
은행으로서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한 시도로 동산·IP 담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실을 우려하는 은행으로선 평가 가치가 확실하지 않은 동산담보대출을 섣불리 늘리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자금 수요가 많은 상황을 명분으로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칫 경기 침체 흐름을 타고 부실이 터지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동산·IP담보대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산담보대출은 이미 2012년에도 정부 주도로 '동산 채권 등 담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한 차례 활성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한 은행에서 담보로 잡았던 자산이 경매로 넘어갔는데도 해당 은행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대출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은행들이 점차 동산 담보 취급을 줄였던 '아픈 과거'가 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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