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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주세요” 나흘간 심사숙고한 강정호 ‘백기’ 들었다
입력 2020-06-29 16:39  | 수정 2020-06-29 17:06
강정호는 29일 오후 키움 히어로즈에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강정호(33)가 KBO리그 복귀 철회를 고민한 건 25일 밤이었다. 나흘간 심사숙고한 그는 한국에서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삶을 이어가려던 꿈을 포기했다.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지난해 여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뒤 KBO리그 복귀를 타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유기 징역 1년 및 사회봉사 300시간)로 문이 열렸으나 들끓은 비판 여론에 강정호는 뜻을 굽혀야 했다. 23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원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와 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강정호가 백기를 들었다. 그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BO리그 복귀 신청 철회 사실을 밝혔다.
강정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습니다.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항상 저에게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다시 히어로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강정호가 뜻을 접은 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그는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히어로즈 사무실을 찾아가 김치현 단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정호의 편은 없었다. 모두가 그의 KBO리그 복귀를 반대했다. 히어로즈에 ‘상식적인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강정호는 25일 밤 히어로즈에 연락해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히어로즈는 내부 논의를 진행하면서 강정호의 최종 의사를 기다렸다.
강정호는 28일 저녁, 그리고 29일 오후에 다시 김 단장과 통화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히어로즈가 강정호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는 걸 강정호는 인지했다. 그는 신청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강정호가 히어로즈에 전한 말은 ‘히어로즈 식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 분 뒤 강정호는 SNS에 히어로즈 복귀 신청 철회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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