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연준 첫 쇼핑리스트는…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필립모리스
입력 2020-06-29 15:56  | 수정 2020-07-06 16:07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처음으로 구매한 민간 기업 채권 목록을 공개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 탓에 실물·금융 시장이 패닉(공포)에 내몰리자 연준은 사상 초유의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민간 기업 채권을 사들여서라도 경기 부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목록을 보면 6월 19일까지 연준은 총 4억2800만 달러(약 5133억4000만원)어치 민간 개별 기업 채권을 사들였다. 채권을 사들인 기업 업종은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담배, 콜라, 자동차, 에너지, 통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연준은 대표적으로 맥도널드와 필립모리스, 펩시콜라 제조업체인 펩시코, 포드 자동차, 엑슨모빌, AT&T 채권을 사들였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를 비롯해 버핏 회장이 '전량 매도' 사실을 알렸던 미국 대표 항공 기업 사우스웨스트 항공,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채권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의료·건강 분야에서 CVS헬스와 유나이티드헬스, 렘데시비르 개발 기업인 길리어드 채권을 샀고 관광 부문에서는 메리어트호텔그룹 채권도 구매했다.
이날 뉴욕 연준이 공개한 회사채 매입대상 기업은 총 794곳이다. 가중치로 보면 통신·기술 분야에서 애플과 버라이즌, 자동차 분야에서 도요타 미국 법인과·폭스바겐·다임러 ·포드·GM 등이 포함됐다. 연준이 가중치를 높게 매겼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회사채 매입 규모가 클 것이라는 의미다. 연준은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 중 채권 만기, 발행주체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한 후 시장 비중과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두는 SMCCF지수(SMCCF Index)를 만들었다. 지수는 4~5주 마다 한번씩 재구성 된다. 지수에는 총 12개 업종이 포함됐고, 업종 비중으로 보면 소비재가 전체의 33%다. 이어 유틸리티(10.31%), 에너지(9.47%), IT(9.23%), 보험(8.00%) 순이다.

연준은 오는 9월 30일까지 총 7500억달러 어치 회사채를 사들일 예정이다. 총 7500달러는 이미 발행된 회사채 2500억달러와 앞으로 발행될 예정인 회사채 5000억달러로 구성된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이번에 실제 구매 목록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이날 전했다. 앞서 24일 CNBC는 "연준은 앞서 3월 발표한 2.3조 달러 대출 프로그램(Main Street lending initiative) 중 당시 시점에서 6.2%에 그치는 1억4300만 달러만 실제로 대출이 실행됐다"고 전한 바 있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을 의미하는 대차대조표도 최근 2주간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 확장세를 이어오다가 지난 17일 주간 740억 달러 줄어든 7조 950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어 최근에는 7조 800억 달러로 또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외국 정부의 연준 달러 스와프 활용이 줄어들어든 영향과 더불어 연준이 단기 금융시장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판단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선 것이라는 금융권 해석이 나온 바 있다.
7월 하반기를 앞두고 월가에서는 뉴욕 증시 '거품 붕괴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탓에 경제가 'V자 반등'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하나 둘 나온다. 다만 연준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연준이 '민간 개별기업 회사채 구매'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당일 뉴욕 증시에서 각종 주가 지수가 빠르게 오르자 26일 오전 파월 의장은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준의 개별 회사채 구입)에 따른 이점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코끼리처럼 채권 시장에 돌진해 시장 가격 신호 체계를 끝장내고 싶진 않다"고 말해 신중론을 강조했다.
이달 15일 연준은 '민간 개별기업 회사채 구매'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여파로 뉴욕증시가 두 주 동안 네 차례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는 등 패닉 사태를 맞고 대량 실업 사태가 눈앞에 닥치자 3월 23일 파월 연준 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채 시장과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지원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민간 개별기업 회사채 구매'는 당시 파월 의장이 밝힌 조치 중 하나다.
연준은 일단 채권 발행시장에서 4년 한도 대출을 지원하고, 이어 세컨더리 마켓(채권 유통시장)에서는 회사채와 화사채 ETF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지난 달부터 SMCCF를 활용해 회사채 ETF를 구매해왔다. 당시 연준 발표 영향으로 앞서 3월 19일(105.05달러) 최저치를 찍었던 아이셰어 회사채 ETF 가격은 연준 발표 바로 다음 날인 3월 24일 급등하기도 했다.
한편 월가는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개별 기업 채권에 이어 기업 주식 구매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기도 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마이너드는 16일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다음 번 쇼핑 리스트는 미국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나 기업의 채권을 구매하는 것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연준이 주식 구매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마이너드 CIO가 이같이 언급한 이유는 단기 실물 경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4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그 기간동안은 경기 회복을 위한 꾸준한 투쟁이 필요하며 연준도 추가 대응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에서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할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연준이 주식 구매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으로서 민간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지난 4월 6일 CNBC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지만 솔직히 말해 장기적으로 보면, 연준이 보유 가능한 자산과 자산을 관리할 권한을 넓히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다른 중앙은행들은 국내외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왔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0년 동안 주식 ETF를 구매해왔으며 일본 도쿄 증시에서 가장 '큰 손'이다.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 따르면 1분기(1~3월)를 기준으로 스위스 중앙은행은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아마존·애플 주식 1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스위스 국내외 주식 보유 평가금액이 총 940억 여 달러 규모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수익률 곡선 관리(Yield Curve Control·YCC)'나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펼 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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