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문자문단 소집까지 무슨 일이…수사심의위 초유의 동시 개최
입력 2020-06-29 15:18  | 수정 2020-07-06 16:05

■ 대검-지검 갈등 유발한 '검언유착' 사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현직 검사장과 언론사가 연루된 사건입니다.

배당 때부터 대검 안에서 잡음이 있었고, 압수수색 등 수사 단계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의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사건 처리를 앞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이 소집됐는데 자문단 소집 자체를 놓고 검찰을 넘어 정치권까지 갈등이 번졌습니다.

급기야는 한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가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현실화했습니다.


■ '전문수사자문단' 결정까지 무슨 일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대검에 채널A 이 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방침을 전했습니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그전까지는 수사팀에서 올린 보고서만 봤었다고 합니다.

지난 18일이 돼서야 지난 2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 모 기자 등이 만난 녹취록 등 수사 자료를 받아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편집되지 않은(raw material) 자료들은 본 뒤 수사팀의 이전 보고가 일종의 '악마의 편집'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범죄구성이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했습니다.

곧이어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이 결정된 19일의 상황은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대검 수사지휘협의체는 대검 형사부 실무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반박할 내용이 있으면 회의에서 와 설명하라고 했지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모 기자에 대한 영장을 치려면 영장 내 범죄사실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라고 했지만, 역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대검의 수사지휘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 '전문수사자문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 부장회의 내용과 관련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논의와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대검에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건의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대검의 수사 지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겁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 보면 '죄가 있다'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이번 건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로 입건돼 있기 때문에 대검의 지휘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이 "자기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고발인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채널A 이 모 기자 측은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수사가 '기소'를 전제로 편향되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 수사심의위-전문자문단 초유의 동시 개최
이런 와중에 채널A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이 결정됐습니다.

앞서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대검이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권한도 없는 사건관계인의 진정을 받아들여 소집을 결정했다"며 "수사자문단 회의가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문이 들어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 전문자문단 보이콧 배제 가능성…전망 '안갯속'
대검과 일선 수사팀 사이의 갈등은 종종 발생합니다.

통상 대외적인 명분과 현실적인 권력 구도 등등이 반영된 복잡한 방정식을 통해 결론이 내려집니다.

아직까지 대검과 지검 양측은 전문수사자문단을 놓고 소통이 없지만, 곧 단원을 누구로 구성할지, 어떤 안건을 다룰지를 놓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언유착 수사팀은 자신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예 회의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당시 전문수사자문단이 소집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원 구성부터 수사팀과 대검 사이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당시 강원랜드 수사단은 자문단 구성이 편파적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며 단원 추천을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당시 수사팀은 문무일 검찰총장 핵심 참모인 김우현 반부패부장을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변호사 등 외부 법률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만장일치 불기소 의견을 내자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번에는 전문수사자문단뿐 아니라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소집됩니다.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결론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날지 현재 상황은 '안갯속'입니다.

[ 이성식 기자 / mods@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