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대학병원서 식기소독제로 사용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식기를 살균하는 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용도로 4년 넘게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식기살균소독제인 '하이크로정'이 업체의 허위 설명과 병원 측의 부실 관리로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장기간 사용됐다고 밝혔다.
특조위 조사 결과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인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은 반복 흡입노출되면 폐에 독성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성분(NaDCC)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엔위드' 사용자 중 폐질환·천식질환 등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은 93명이다. 이번 조사로 NaDCC를 사용한 제품이 추가로 확인된 셈이다.
특조위는 "하이크로정은 식품위생법상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사용할 수 없지만 제품설명서엔 '가습기 살균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란 허위 문구가 기재됐다"며 "이 설명서를 받은 대학병원은 '가습기 하이크로'라는 이름으로 약품 3만7400정을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이러한 광고와 판매 행위가 당시 행정 제재의 대상이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위법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병원에서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된 지 모른채 '감염관리지침서'에 근거해 오랜 기간 잘못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품이 현재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은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금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