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람잡는 다슬기…최근 다슬기 잡다 사망사고 줄이어
입력 2020-06-29 11:54  | 수정 2020-07-06 12:07

초여름 제철 음식인 다슬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계곡과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조난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8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인근 주천강에서는 남편과 함께 다슬기를 잡던 A씨(76)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씨는 물에 빠진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등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이처럼 다슬기를 잡다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져 언론에 보도된 사례는 올 6월에만 6건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물에 빠졌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슬기는 계절 별미인 동시에 보양식 재료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다. 영양성분으로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숙취 해소, 간기능 보조, 시력 보호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다슬기는 다슬기해장국, 다슬기수제비를 비롯해 다슬기엑기스 등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위통과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다슬기의 주요 서식지는 강원도 강릉시, 전북 임실군, 경북 울진군 등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무관하게 경남에서는 고동, 경북에서는 고디·골뱅이,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올뱅이 등으로 불리며 향토 음식으로 사용될 만큼 넓게 퍼져 있다. 껍질을 까지 않은 생다슬기는 1kg당 2만원 내외에 거래되며, 껍질을 깐 다슬기는 100g당 2500원에서 5000원 선에서 지역 마트 등을 통해 살 수 있다.
다슬기는 채취 과정에서 매해 꾸준히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청정 일급수에서 자라는 환경지표종으로 알려진 다슬기는 주로 물이 차며 물살이 센 곳에 잘 서식한다. 또 야행성 생물로 밤에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슬기 채취도 날이 저문 뒤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여름에 수온이 오르면서 수생식물의 생장도 활발해지면서 다슬기의 주식인 물이끼 등이 바위를 뒤덮어 미끄러지기가 쉽고, 밤에는 특히 수심을 가늠하기 어려워 사고를 당하기 쉽다.
실제 소방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다슬기 채취 관련 수난구조 출동은 142건(사망 52명)이었다. 대부분 다슬기 채취가 가능한 5월부터 9월까지 많이 발생했고, 그중 6월에 전체의 34%인 48건(사망 20명)이 발생해 사고가 가장 많은 달로 꼽혔다.
구조 전문가들은 해마다 다슬기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를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재인 한국수난안전협회 영동지구대장은 "수심 깊은 곳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에게 나오라고 안내하면 '무슨 상관이냐', '수영 잘해서 상관없다' 등의 이유를 대며 위험한 채취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수영실력을 자만하거나 술을 마신 상태로 물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며 "안전요원 10여명을 금강에 배치해 계도 활동을 펴고 있으나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같은 문제를 반영해 이달 중순 △두 명 이상 함께 활동할 것 △음주 상태에서 채취 금지 △건강에 이상이 있을 시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을 것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낯선 곳이나 어두워진 뒤에 채취하지 않을 것 △구명조끼를 필히 착용할 것 △응급상황 시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즉시 119에 신고할 것 등 다슬기 채취 시 안전수칙을 준수사항을 알렸다.
소방청 관계자는 "다슬기가 많이 잡히는 물속은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 많고, 이끼나 수초 때문에 미끄러워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질 위험 요소가 많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며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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