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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2분기 실적 `뜻밖의 선방` 예고…환율·비용절감 효과보나
입력 2020-06-25 17:48  | 수정 2020-06-25 23:01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둡지만 국내 상장사 2분기 실적은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출액은 여전히 급감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반도체 업체들이 선방하면서 1분기보다 호전되는 모양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1분기 31.2%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낙폭을 줄인 것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47.8% 급락했는데, 예상보다 선방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94개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 예상 실적을 제시한 185개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다.
2분기 매출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지만, 2분기 평균 달러당 원화가치가 1분기 평균보다 다소 하락하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 또한 1분기보다 실적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코스닥 상장사 78개사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5%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V자' 반등은 아니지만 1분기 대비 2분기 실적이 다소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2분기 원화가치가 낮아지면서 수출기업 실적은 다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별로 2분기 실적 전망은 극단적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부문 실적이 우려를 딛고 반등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20.1%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증권시장 '투톱' 실적이 선방하면서 코스피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들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막강하게 들고나와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한 줄였다"면서 "기업과 개인의 파산을 막는 정책들이 무너진 증시를 회복하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기업들은 2분기에도 여전히 실적 하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 제조업계를 일컫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은 반등을 논하기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차 또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2.4%, 현대모비스는 63.1% 급감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정유·석유화학 또한 2분기 반등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 하락할 것으로 집계됐다.
변 센터장은 "자동차가 많이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대차는 2분기 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치고 판매도 좋지 않아 영업실적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반도체 또한 'V자' 반등을 하려면 미국이 다시 봉쇄 조치를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코로나19가 올해 하반기 다시 대유행으로 번진다면 2분기 반등을 시도하다 3분기 급락하는 '더블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수차례 미국 경제를 다시 봉쇄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본적으로 'V자' 패턴으로 보고 있는데 2분기부터 반등을 시도하면서 3분기부터 'V자' 패턴이 될 것"이라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로 정의하는데 얼마나 지속될지는 주요국의 경제 봉쇄 여부에 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가 컸던 2분기 상장사 실적이 무난하게 나오더라도 증시의 본격 상승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이미 상장사 주가가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피 PER는 6월 초 12.6배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12배를 웃돌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의 PER 최대치인 13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 실적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2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상장사들이 내놓는 3분기 이후 실적 가이던스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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