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6·17 대책후 1억 올라"…불붙은 서울 전셋값
입력 2020-06-25 17:32 
# 강남 한 재건축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김 모씨는 계약 만기를 앞두고 최근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1억원 올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갑자기 보증금을 구할 길이 없어 다른 집을 알아보려 했지만 중개업소에서 이번 6·1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답했다. 어린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에 이사가 어려운 김씨는 부담이 큰 월세나 반전세 매물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갭투자 방지 등 내용을 담은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전세대란' 수준으로 급등할 조짐을 보인다. 이번주를 포함해 서울 전셋값은 1년(52주) 연속으로 오르는 등 이미 고공행진하던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전셋값이 더욱 불안해질 조짐인데, 정부 규제가 전세 공급도 줄이는 효과를 줘서 불붙은 전셋값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6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해당 기간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3.17%에 달해 매매가격(1.78%)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전세시장은 6·17 대책 발표로 설상가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6·17 대책 이후 16억5000만~17억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5월 16억원에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시세가 무려 약 1억원 오른 것이다.

강남권은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기존 전세 매물을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면서 계속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6·17 대책으로 전세 물량이 더욱 귀해지는 상황을 인지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며 말 그대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 됐다.
대치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자는 "이미 직장·교육 문제로 강남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전세 만료 때 갈아탈 곳이 마땅치 않아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셋값 불안은 강남을 넘어 강북 등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24일 8억3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4~5월 전셋값은 7억원 수준이었는데, 6·17 대책 이후 1억원 넘게 올랐다.
이 같은 전세난은 정부가 지난해 6월 말 분양가상한제를 언급한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또 분양을 노린 수요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6·17 대책까지 나와 전세 공급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6·17에서 조합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실거주 2년' 조항이 추가돼 강남 재건축 세입자들이 쫓겨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치·삼성·잠실·청담동은 1년간 전세를 안고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전세 물량이 잠길 상황이다.
갭투자를 사실상 금지한 것도 전세 공급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잡는 목적이었지만 갭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시장에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도 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전세금 급등을 예고한다.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은 1만4000여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가구가량 적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도 2만2000여 가구로 올해 총 입주 물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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