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슐랭] "경차, 언제까지 `싼 맛`에 탈래?"…모닝 어반의 이유있는 `도발`
입력 2020-06-12 16:59  | 수정 2020-06-12 18:53
[사진 제공 = 기아차]

경차는 싼 차다. 싼 맛에 타는 차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싸야 한다'고 믿었던 차다. "경차는 경차다워야 한다"는 말 속에는 싸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가 들어 있다.
이유가 있다. 초보탈출용 생애 첫차나 세컨드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 큰 차로 옮기기 전 '잠깐' 타는 차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결국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언감생심이 됐다. 경차에 비싼 사양을 넣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도 심해졌다. 아니 심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에 미숙한 20~30대 초보 운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경차이고,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세컨드카이기 때문에 더 안전해야 하고 더 편해야 하지만 '가격'에 안심·안전·안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경차는 작아서 '불편'하다. 경차는 안전성이 떨어져 '불안'하다. 편의사양도 적어 '불만'이다"는 인식이 생겼다.
경차의 가치를 표현하는 '작은 차 큰 기쁨'은 폭스바겐(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 비틀처럼 1990년대 국산 마이카 시대를 개척한 경차의 원조이자 국민차를 꿈꾸던 '티코'를 위한 헌정에 머물렀다.
사실 '20대 생애 첫차용으로 제격', '가정주부용 세컨드카로 안성맞춤', '초보 운전자와 찰떡궁합'이라는 말도 싼 값을 강요받는 경차의 한계 때문에 생겼다. 범용성이 부족하다보니 스스로 소비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차는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는 아니다. 대당 수익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브랜드가 안전·편의성을 향상시켜 가격을 올리자니 판매에 걸림돌이 된다. 상대적으로 큰 차인 준중형차나 소형 SUV 기본 모델 값에 육박한다. 그 가격이면 좀 더 돈을 보태 준중형차나 소형 SUV를 사는 게 낫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반대로 싼 값을 유지하자니 수익성도 부족하고 불편·불안·불만 '3불'에 수요 창출도 어려워진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안전·편의사양도 가능한 많이 갖추면 좋다. 하지만 싸고 좋은 차는 없다. "싸지만 괜찮네"라고 여길 뿐이다. 갖춘 만큼 가격이 오른다.
게다가 생애 첫차 시장에서 준중형세단에 이어 소형 SUV라는 강력한 경쟁차종이 등장해 경차 시장 규모는 계속 작아졌다. 내우외환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은 있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적지만 돈은 된다. 또 '경차→소형차 또는 준중형차(세단·SUV)→중형차'로 이어지는 구매 사이클을 갖춰야 고객을 끌어들이고 유지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기아차]
기아자동차는 이에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안전·편의 사양을 모닝에 적용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작은 경차이기 때문에 오히려 큰 차만큼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없애줄 정도로 안전하고 편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첫 결과물은 지난 2017년 출시한 올뉴 모닝이다. 올뉴 모닝은 3불을 줄이는 시늉만 내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불편을 상쇄하기 위해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를 늘렸고 전고를 높였다. 트렁크 용량도 증대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경차 중 유일하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탑재한 7에어백 시스템을 채택했다. 전방충돌 경보시스템, 긴급제동 보조시스템도 적용했다.
부족한 편의사양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 애플 카플레이, 조향연동 후방 카메라 등도 달았다.
올뉴 모닝은 판매 초기부터 "20~30대 초보 운전자가 싼 맛에 경차를 산다"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연령별 구매자를 살펴보면 20대는 12.6%, 30대는 24.4%, 40대는 30.4%, 50대는 22.6%다. 20대보다 30~40대가 더 많이 구입했다. 구매자 중 57%가 남성이다. 물론 남편이나 아버지가 구입해 아내나 자녀에게 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경차는 싸야 팔린다"는 인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고가 모델인 프레스티지·럭셔리 트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소형 SUV나 준중형세단을 살 수 있지만 모닝을 구입했다.
올뉴 모닝으로 '안심·안전·안락' 경차의 가능성을 파악한 기아차는 한층 강화된 안전·편의 사양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인 신형 모닝을 지난달 선보였다.
올뉴 모닝 상품성 개선 모델인 '모닝 어반'이다. 모닝 어반은 운전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첨단 안전·편의 사양, 세련미와 역동적으로 도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로 경쟁력을 높였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그릴과 헤드램프는 더 심플해지고 강렬해졌다. 기아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타이코노즈(호랑이코) 그릴에는 반광 크롬 테두리가 더해졌다. 그릴에는 벌집 패턴 대신 한줄로 된 가로 바를 넣었다. 프로젝션 헤드램프를 둘러싼 8개의 LED 주간주행등은 눈빛을 살아있게 만든다.
에어인테이크는 둥근 사다리꼴 대신 육각형을 적용했다. 안개등은 원형에서 크롬으로 마감된 각진 모양으로 다각형으로 변했다.
후면부의 경우 굴곡을 줘 입체감을 살린 리어램프, 크롬 듀얼 머플러 장식으로 멋과 역동성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 기아차]
실내에서는 4.2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8인치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전반적으로 실내 구성은 올뉴 모닝과 차이점은 크지 않지만 속은 달라졌다.
문 열림·잠김, 공조 제어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UVO 원격제어',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차와 집을 이어주는 홈 커넥트(카투홈/홈투카), 카카오 아이의 음성인식 서버를 활용한 서버 기반 음성인식 등 다양한 IT 사양을 적용했다.
안전성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다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가 없는 것은 아쉽다.
시승차는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허니비' 외장 컬러를 적용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3595x1595x1485mm, 휠베이스는 2400mm로 기존 모닝과 같다.
엔진은 기존 카파 1.0 에코 프라임 대신 연비 성능을 개선한 스마트스트림 G 1.0과 4단 변속기를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76마력, 최대토크 9.7kg.m로 기존과 같다. 연비(14인치 기준)는 15.7km/ℓ로 기존보다 0.3km/ℓ 향상됐다.
힘은 배기량이 작은 만큼 당연히 약하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한 박자 쉰 뒤 온 힘을 짜내듯이 안간힘을 쓴다. 덩달아 소음은 커진다. 하지만 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채근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뤄주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힘을 내준다.
도심에서는 준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오르막길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좀 더 힘을 줘야 한다. 저·중속 토크는 괜찮은 수준이다. 코너 구간에서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모닝 어반은 작지만 안전하고 편해졌다. '크기=안전' 공식도 파괴했다. 운전은 편하고 유지비는 저렴하지만 안전·편의성은 부족했던 기존 경차에 지갑 열기를 꺼리던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트림별 계약 상황(5월12일~6월9일)을 살펴보면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1195만원)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프레스티지(1350만원) 비중은 53%로 가장 높았다.
가격이 가장 비싼 시그니처(1480만원) 비중도 38%로 높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시그니처 계약자 중 49%가 돈을 더 줘야 하는 디자인 사양인 '엣지-업'을 선택했다.
기본형 모델이 1500만~16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준중형세단이나 소형 SUV를 살 돈으로 경차를 산 셈이다.
물론 경차 가격이 올라갔다고 한탄하며 소형 SUV나 준중형세단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안전 때문에, 편의성 때문에 경차 구입을 포기했거나 포기하려던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다.
'작은 차 큰 기쁨'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게 된다. 모닝 어반 계약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안전에는 '귀천'이 따로 없다.
[자료 출처 = 기아차 카탈로그]
*사족 : 6.25 전쟁 이후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졌던 냉면을 분식집에서 저렴하게 먹으며 '가성비'가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소문난 냉면 전문점을 일부러 찾아가 1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냉면을 먹으면서 가격 이상의 '가심비'를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여름철 한국 음식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냉면에서 프리미엄 소형차의 아이콘인 미니(MINI)의 발자취가 떠오른다.
아직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닝 어반과 같은 국산 경차도 미니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맛 ★★☆ / 분위기 ★★★☆ / 서비스 ★★★★ / 가격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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