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코로나 재개봉 대전, 장국영이 `어벤져스` 꺾었다
입력 2020-06-12 15:50  | 수정 2020-06-12 17:24
`코로나 재개봉 대전`에서 1위를 차지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고 장국영의 미모가 빛나는 영화로 유명하다. [사진 제공 = 조이앤시네마]

'코로나19 재개봉 대전'에서 장국영이 '어벤져스'를 꺾었다.
12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 관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5월 17일 사이 재개봉한 작품 중 가장 흥행한 영화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었다. 개봉 기간에 따른 편차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개봉 날부터 3주 간 스코어만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결과다.
◆ 재개봉작 상영전 1위는 '패왕별희' … '어벤져스4'는 3위 머물러
올해 각 극장은 코로나19로 신작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인기작을 재개봉하는 상영 전략을 썼다. 음악영화부터 멜로, 공포, 스릴러 장르까지 각양각색 재개봉작 중 애초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었다. 이 시리즈의 가장 최신 편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국내서만 1300만 명 넘게 동원해 재개봉 관람 수요도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막상 재개봉작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뒤 패왕의 자리에 오른 것은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고(故) 장국영 대표작으로, 5월 1일 재개봉해 3주 간 4만1836명을 동원했다. 4월 29일 재개봉해 3주 간 2만9687명을 불러 모은 '어벤져스4'를 가볍게 제쳤다. 미모의 홍콩 남배우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마블 히어로 팬심보다 깊었던 셈이다. 관객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아 지난 11일 9만4826명(재개봉 이후 관객·영진위 자료)을 찍은 후 10만 명 고지로 달려가는 중이다.
'패왕별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경극을 해온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 두 남자 이야기다. 경극 내용과 실제 두 사람의 인생을 절묘하게 연결해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를 그려냈다. 1993년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 2위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 LA풍광과 신나는 음악으로 답답한 맘 뚫어
`코로나 재개봉 대전`에서 2위를 차지한 `라라랜드`. 엠마 스톤(왼쪽)과 라이언 고슬링의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혼을 빼놓는 뮤지컬로 펼쳐진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2위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차지했다. 세계 쇼비지니스의 중심 라라랜드(로스앤젤레스의 별칭)에 살아가는 남녀의 꿈과 사랑을 그려낸 이 작품은 4년 전 국내 개봉해 약 370만 관객과 만났다. 3월 25일 재개봉한 이후 3주 간 끌어 모은 인원은 3만7484명.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답답해진 관객 마음을 LA의 아름다운 풍광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재즈선율로 뻥 뚫어줬다는 평가다.
◆ '어벤져스'는 4편이 3위 머물렀지만 시리즈 2편을 톱10에 올려
한국에서만 1400만 명에 가까운 흥행 스코어를 찍은 `어벤져스4`는 `코로나 재개봉 대전`에선 3위에 그쳤다. 어벤져스 멤버인 토르가 분기탱천한 모습.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4'는 재개봉으로 2만9687명을 모으며 3위에 머물렀다. 다만 3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만5425명을 만나 7위에 등극하며, 톱10에 2편을 올린 시리즈물로 체면을 세웠다. 이 밖에 8위 '비긴 어게인'(1만4245명), 9위 '날씨의 아이'(1만4199명), 10위 '시네마 천국'(1만1716명) 등 휴머니즘을 기본으로 한 따뜻한 작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 재개봉 '패왕별희' 가장 많이 본 관객은 20대 … 도대체 왜?
그렇다면 '패왕별희'를 재개봉 열전 최강자로 떠받든 관객은 장국영과 1990년대를 함께 살아간 40, 50대였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CGV에 따르면 이번에 '패왕별희'를 관람한 관객 중 20대는 37.4%로, 30대(31.4%)와 40대(13.2%), 그 밖의 연령대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옛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20대의 레트로 사랑이 이러한 결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된다. '패왕별희' 외에도 재개봉작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관객은 20대가 주류였다. 분석 기간 재개봉작 관람객 비율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6.7%로 가장 높았으며, 30대(28.2%)와도 격차가 꽤 컸다. 반면, 이 기간 신규개봉작 관객 중 20대는 25%를 점유해, 28.7%를 기록한 30대보다 낮았을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24.1%)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한편, 영화광(狂)일수록 이 기간 극장을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네필에게 영화는 탄력적 소비가 어려운 콘텐츠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CGV는 극장 연 방문횟수를 기준으로 관객을 5단계로 분류하는데(예시: '헤비'-연 14회 이상, '라이트'-연 5회 이하), 재개봉작 관객 중 헤비 유저가 점유하는 비율은 57.6%였다. 신규개봉작 관람객 역시 헤비 유저 비중이 51.6%로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다. 2019년 연평균 관람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라이트 유저(37.7%), 그 다음이 미디움 유저(25.7%)인 것과 대조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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