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결국 예비입찰자 없어…캠코 매입 가능할까
입력 2020-06-12 09:10  | 수정 2020-06-12 09:10
송현동 부지 [사진 제공 = 서울시]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에 속도를 내면서 전일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자산 매입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대한항공이 대상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마감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서 예비입찰자를 찾지 못했다. 단 한 곳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자구안을 마련하려던 대한항공은 고심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송현동 부지는 유력한 인수 후보만 5~6군데에 달했다. 투자설명서를 받아가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15곳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이 밝히면서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입찰의향서(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는 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서울시가 오는 8월까지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마무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한항공 노동조합까지 나서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 강행에 반기를 들었다.
대한항공 노조는 전일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 반대로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책정한 금액은 4671억원이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일단 임시 가격을 정하고, 실제 매입이 이뤄질 경우 감정평가 업체에 의뢰해 최종 매입 가격이 정해진다. 다만 서울시는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할 계획이어서 당장 내년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고민이 크다. 대한항공은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1조2000억원을 수혈 받고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되면 기내식 사업부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항공 노조까지 나서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서자 서울시는 "대한항공의 구체적인 조건과 요구사항을 들은 뒤 그에 적합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대한항공에 요청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법률 검토를 거쳐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 = 대한항공]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을 끈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2조원 규모의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의결했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과 채권단 지원 요청 등 자구 노력이 있고,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적기에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운 경우 캠코와 민간이 공통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한 뒤 제3자에게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일 경우 우선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자산을 적정 가격에 사겠다고 밝힌 만큼 대한항공으로서는 서울시에 넘기는 것보다 캠코의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조건만으로는 캠코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되파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시 역시 대한항공 상황을 고려해 매각가 일시 지급이나 조기 매입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한항공으로는 어느 쪽으로든 타계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앞서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현동 부지 매각 건과 관련해 "(제값에 팔리지 않으면) 그냥 갖고 있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한항공이 최대한 만족할 만한 금액과 조건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이달 중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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