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캠코,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구원투수'로 등장할까
입력 2020-06-12 08:07  | 수정 2020-06-19 09:05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려는 서울시의 방침과 이를 헐값에 넘기지 않겠다는 대한항공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정부가 2조 원+α(알파) 규모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해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오늘(1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그제(10일) 마감된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의 '금싸라기땅'인 만큼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을 밝히기 전만 해도 예비 입찰에 최소 5∼6군데의 인수 후보군이 나타나며 흥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에 선뜻 입찰에 응한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노조까지 나서 고용 불안을 언급하며 서울시의 탁상행정을 문제 삼고 나서자 서울시는 서둘러 "대한항공의 구체적인 조건과 요구사항을 듣고, 그에 적합한 효과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 협의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해당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려 하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천671억 원을 책정한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서 보상비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만큼 당장 자본 확충이 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거래인 셈입니다.

내년 말까지 2조 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지만 서울시에 매각할 경우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일단 법률 검토를 거쳐 서울시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적기에 자산 매각이 어려운 자산 등은 캠코와 민간이 공동 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보유한 뒤 제삼자에 매각하고, 기업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은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달 중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취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적정 가격의 자산 매각을 보장하겠다는 것인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 서울시에 넘기기보다는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제값'을 받기에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되파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전날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인 대한항공 상황을 고려해 송현동 부지의 조기 매입과 부지가(금액) 일시 지급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금융·부동산 등 전문가 자문뿐 아니라 서울시 산하기관,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서울시 예산 외의 재원 조달 방안 등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최종 목표는 송현동 부지를 적정 가격을 받고 매각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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