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文정부 경제 실점이 보수의 득점이 되리란 망상
입력 2020-05-15 09:23  | 수정 2020-05-22 09:37

최근 보수진영에서는 "이 정부 경제실력이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운좋게 코로나 덕을 봤지만 다음 대선은 경제실정에 발목잡힐 것이란 주장이다. 대한민국 운명이 걸린 문제를 놓고 안될 것이란 쪽에 베팅하는 이런 주장은 일단 듣기에 조심스럽다. 악담같이 들려서다. 한편으로는 '경제가 나빠지면 야당 지지율이 올라갈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선 재집권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흔히 경제성적표가 꼽힌다. 항상은 아니지만 경기가 나쁠때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을 표준 사례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이전에 미국 정치가 포퓰리즘에 지배된 적은 없었다.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남미나 남유럽 국가에선 포퓰리즘 정권이 경제를 망치고 더 큰 포퓰리즘을 내세워 다시 집권하는 악순환이 자주 관찰된다. 대표적인 나라로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를 들 수 있다.
한국 정치가 미국과 남미 모델중 어디에 가까운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강해지는 시대다. 코로나 경제위기는 그 조류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어느 나라고 할 것 없이 큰 정부와 큰 씀씀이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금에 맛을 한번 들이면 끊기가 대단히 어렵다. 경제가 나빠질수록 현금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이 욕구에 당장 부응할 자세가 되어있는 정당이 선거에 이길 가능성도 커진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서 실점하기를 기다려선 안된다. 그것은 첫째 국민에게 좋지 않고 둘째 보수 야당의 집권 가능성을 낮춘다. 경제가 어느정도 나쁘면 정권심판 주장이 득세하고 아주 나쁘면 포퓰리즘이 득세한다.야당은 '경제가 적당히 나빠지길' 기대하는가. 그런 패배주의적 요행심리로는 국민 마음을 살 수 없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야당의 역할이란건 별 실체가 없다. 권한은 정부가 갖고 책임은 여당이 진다. 야당은 오직 견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견제라는 것은 여당 주도 입법에 태클을 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같은 거대 여당 구도에서는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야당의 견제력은 여당으로 하여금 다음 선거를 걱정하게 만드는데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한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한번 크게 이겼다고 다음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지지율 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당 지지도가 올라가면 여당은 긴장한다. 자기들 하고싶은대로 다 하지 못한다. 논란이 있는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면 정치적 자본을 소모해야 한다. 스캔들이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터지면 국민 앞에 납작 엎드린다.
'야당복'이 있는 여당은 이런 부담이 덜하다.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이쪽이 아무리 대충 해도 저쪽 지지도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긴장할 이유가 없다. 추문이 연이어 터져도 야당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지난 3년은 그랬다. 조국, 울산시장 선거, 기타 청와대 스캔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여당은 미안해 하지 않았다. 이쪽에서 점수를 좀 잃어줘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만만한 야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대접받으려면 야당이 똘똘해야 한다. 지금 야당에 필요한 것은 여당의 경제 실점이 아니라 국민 마음을 사는 것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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