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주민들 경비실 앞에 분향소 차려
입력 2020-05-11 17:43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A아파트 경비실에 전날 숨진 이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간이분향소가 들어섰다. [사진 = 이윤식 기자]

"그동안 우리 ㅇㅇ아파트의 숨은 곳곳 주민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는데, 갑자기 떠나셨습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11일 오후에 찾은 서울 강북구 A 아파트의 경비실 앞에는 전날 숨진 경비원 최 모씨(59)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수십장이 붙여져 있었다. 지난달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입주민들은 생전 그가 일하던 경비소 앞에 간이 분향소를 차리고 추모 행렬을 이어갔다. 분향소에는 국화 십여 송이가 놓여있었다.
분향소 앞을 지킨 주민 이 모씨(74)는 "고인과는 형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사람이 워낙 착했는데 왜 그렇게 가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은 "오늘 소식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면서 "주차 문제로 어떻게 경비원한테 그럴 수 있느냐. 그런 걸로 다툴거면 단독주택에 살아야지 왜 공동주택에 사느냐"면서 속상함을 표했다. 최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주차된 B씨의 차량을 옮기는 데 B씨가 불만을 제기하면서 그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주민들에 따르면 고인 최씨는 지난 4일 밤에도 이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시 아파트 직원과 입주민들이 이를 말리고 최씨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앞서 입주자 B씨가 최씨를 명예훼손 등을 명목으로 고소한데 따라 심리적 압박을 호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해당 고소 건으로 경찰이 지난달 말 아파트에서 채증 활동을 했다.
지난 5일 입주민 20명 가량이 모여 돈을 모아 변호사를 구하는 등 최씨를 돕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입주민 황 모씨(47)는 "경비원분이 너무 착하셨다"면서 "입주민들끼리 변호사 구해서 고소 된 건도 해결하려고 했는데 왜 그렇게 가셨는지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국민청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5시 기준 1만8000명가량의 동의를 받았다. 글 작성자는 문제의 입주민에 대한 강한 처벌과 함께 경비원, 하청 용역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 조사를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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