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더라도 싸운 건, 이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아니기 때문"
입력 2020-05-11 16:43 
정도상

"광주는 대한민국의 고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광주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고립돼 있었다."
40년 전의 '그날'을 소설가 정도상(60)은 이렇게 비유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40년째인 올해, 총을 든 시민군이 계엄군의 압도적 화력에 스러진 1980년 5월 27일 새벽을 그린 소설을 출간하면서다. 출판사 다산책방은 정도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꽃잎처럼' 기자간담회를 11일 열었다.
새 소설 '꽃잎처럼'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이뤄진 광주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날의 밤과 새벽,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리던 오백여 명의 시민군들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작가가 당시를 회억하고 사료를 찾아 시간별로 재구성했다. 주인공 스물한 살 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의 1인칭 화자인 스무 살 청년 명수는 5월 18일 이후 구성된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도청에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린다. 명수는 배우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고자 야학 '들불'에 들어갔던 청년이다. 그곳에서 첫사랑 희순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명수는 '실존적 방황'을 하면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정도상 작가는 간담회에서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과 관련해 늘 관심이 많았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의 동의어다. 사랑하는 일은 단지 만나서 데이트하는 일 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명수가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하고 도청에 들어가는 것도 그의 변화다. 인간의 실존적 변화와 도청 안팎의 변화를 동시에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26일 밤, 도청과 주변 건물들에 모여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는 오백여 명의 시민군과 폭도를 진압하겠다고 탱크를 앞세운 채 광주로 들어오는 공수특전단을 비롯한 이만여 명의 계엄군. 시민군은 모두 최후의 순간을 직감하면서도 도청에서 계엄군을 기다렸다. 명수는 '내가 지금 도청에 있는 이유는 단 한 사람, 희순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도청을 사수한다.
정도상 작가는 최근 다시 본 영화 '화양연화'에서 자신의 소설 주제와 똑같은 대사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우리는 질 것이 뻔한데 왜 싸우느냐'라는 자문에 '우리는 쉽게 지지는 않는다'고 답한다. 그걸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며 "민주화운동도 매순간이 늘 패배하는 순간이었다. 데모하는 날에도 전경에게 두들겨 맞았지 전경을 이겨본 적은 없다. 그러나 매일 나가서 투쟁을 했던 이유는 이 패배가 영원한 패배는 아닐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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